오피니언 사설

외환 건전성 감독 강화해야 외환위기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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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금융회사들에 대한 외환 건전성 감독이 대폭 강화된다고 한다. 외환 건전성을 높인다는 것은 금융회사들의 외화거래에 따르는 위험(리스크)을 따져 만일의 사태가 닥쳐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관리하자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내 금융회사들에 대해 외화 유동성과 외화 파생상품 리스크의 관리기준을 신설하고 외화 대출자금 중 중장기 재원의 조달 비율을 높이도록 하는 등 외환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은행권의 과다한 외화 차입을 막기 위해 외화자산에도 한도를 두기로 했다.

금융위의 이번 조치는 금융회사에 대한 새로운 규제임이 분명하다. 금융회사들로서는 성가신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2의 외환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이런 제도적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오히려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홍역을 치른 지 1년이 지난 이제야 이 같은 제도적 보완책이 나왔다는 것은 만시지탄(晩時之嘆)의 감이 든다. 사실 지난해 벌어진 국제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타격은 대부분 국내 금융회사들의 외환부문 관리가 극도로 취약한 데서 비롯됐다. 금융회사들의 원화 유동성이나 건전성에는 별 문제가 없었음에도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외화 유동성이 고갈되자 전체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위기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결국 외환 건전성 규제는 외부의 위기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을 감염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예방 백신인 셈이다. 규제란 바로 이런 때 필요한 것이다.

외환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우리 내부의 정비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외환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국제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한 나라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자면 금융위기 대응책을 논의 중인 국제 금융안정위원회(FSB) 같은 국제기구에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보완을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아무리 대비를 잘 해도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금융위기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G20 정상회의 준비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