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가기구화 결정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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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이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뜨악한 표정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재야단체의 희망사항이 와전된 것 아니냐?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국가기관이 될 수 있느냐" 고 반문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법무부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며 "인권옹호를 위해 국가기구로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고 종전의 입장을 고수했다.

캐나다.필리핀.인도.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인권위원회를 별도의 국가기구로 두고 있으나 우리 현실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법무부는 우선 공무원들의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적발, 감시하는데 국가기구가 한계를 갖고 있다고 역설한다.

즉 한국의 주된 인권침해는 의문사 사건 등 권력형 인권침해 행위로 인권위원회를 국가기구로 할 경우 이러한 권력형 인권침해 행위의 감시.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설사 인권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더라도 진상을 명확히 밝히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시점에 많은 숫자의 공무원과 예산이 소요된다는 것도 난점으로 꼽힌다.

국가기구로 할 경우 민간기부금을 받을 수 없고 바자나 후원의 밤 행사 등을

개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서적.비디오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금지되고 모든 것을 국가 예산에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조직의 일부가 될 경우 대외관계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고 국가공무원법을 적용받게 돼 민간 인권운동가들의 참여가 제약될 수 있다는 것도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법무부는 이같은 이유를 내세워 인권위원회는 마땅히 법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인의 첫번째 장점은 독자적으로 권리.의무의 주체가 돼 법률관계가 명확해지고 업무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권위원회 명의로 재산을 기부받을 수 있고 재산을 소유.관리.처분할 수 있으며 소송의 당사자도 될 수 있다.

또 법인이 되면 정부로부터 조직이 분리돼 자체 인사권을 가지므로 민간 인권전문가의 영입이 쉬워지고 조직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호주.뉴질랜드.영국 등도 법인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엔도 인권위원회를 법인으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원회가 법인으로 남을 경우 법무부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기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국민회의는 인권단체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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