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외주제작 활발해진다…MBC 지원방안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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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방송사들이 독립제작사 활성화를 촉구하는 방송관련 단체들의 주장에 적그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MBC가 4일 꽤 획기적인 외주제작사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외주프로그램 선정위원회 신설과 선정기준 개정, 파일럿 (시험) 프로그램 제작비 지원과 목표 시청률 달성에 따른 인센티브제 마련, 재방영료 지급과 제작비선급제 실시 등이 골자다.

그동안 방송사 외주프로는 대부분이 해당 방송사 출신이 경영하는 제작사의 몫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선정위원회 신설은 이같은 관행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또 참신한 기획안에 대해서는 시험용으로 제작되는 파일럿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전액 지원한다는 것도 높이 평가할 내용이다.

그리고 외주제작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4주분 제작비의 50%를 미리 지급하는 제작비 선급제등은 경영 사정이 열악한 외주제작사에게 숨통을 터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인센티브제 적용 기준이 '목표 시청률 달성' 에 한정했기 때문이다. 독립제작사협회 관계자는 "토크쇼도 연예인이 나와 신변잡담을 늘어 놓을수록 시청률이 높아지는 게 현실" 이라며 "시청률만 고집하면 교양프로나 전문성을 가진 프로는 발붙일 틈이 없어질 것" 이라고 지적한다.

작품성이나 수출공헌도 등을 포함한 새로운 심사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또 방송사에서 보유하는게 관례처럼 된 프로그램 저작권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도 아쉬워한다.

독립제작사들은 일단 "뒤늦은 감은 있지만 대환영" 이란 반응이다. 21세기 방송산업의 경쟁력이 상당부분 독립제작사 육성에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계약관계는 '하청'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KBS는 "제작비 현실화 등을 포함한 외주제작사 활성화 방안을 마련 중" 이라고 밝혔다.

SBS는 매달 선정되는 우수프로에 제작비의 10%를 보너스로 지급하는 인센티브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열악한 외주제작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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