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린이 영양 전문가 메리트 박사] 먹기 싫다는 아이 억지로 먹이면 탈 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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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은 아이들 성장뿐 아니라 집중력도 떨어뜨린다 고 말하는 메리트 박사.

“먹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먹이면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최근 방한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어린이병원 소아과 러셀 제임스 메리트 박사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먹는 문제가 가족 간 불화·충돌의 원인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부모로부터 음식 섭취를 강요 받지 않는 아이가 강요 받는 아이보다 2년 뒤 체중이 더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2000년『소아과학회지』) 세계적인 어린이 영양 전문가인 메리트 박사를 지난 9월 24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다음은 메리트 박사와의 일문일답.

-편식이 왜 나쁜가.

“성장 지체는 물론 집중력도 떨어진다. 질병에 대한 면역력도 저하된다. 특히 채소를 멀리하면 비타민(A·C·E 등)과 미네랄(아연 등) 등 면역력을 높여주는 영양소의 섭취가 부족해진다. 어린이에게 장기간 아연을 보충하면 설사·호흡기 질환의 발병률을 낮추고, 병의 지속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어떤 아이가 편식을 심하게 하나.

“활동적이고 호기심 많은 아이가 대개 입이 짧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음식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가 다루기 힘든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는 선천적·기질적으로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해결의 출발점이다. 간식 횟수는 줄이면서 가능한 한 식사 시간을 짧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음식을 던지는 등 문제 행동을 보이면 그냥 방치하지 말고 스스로 반성할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자녀의 식욕부진이 과도하다고 여겨지면 영양보충제를 권할 만하다.”

-시금치·고등어 등 특정 음식만 기피하는 아이도 있는데.

“이런 아이는 맛·식감·냄새·모양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특정 음식을 계속 거부한다. 새로운 음식을 식탁에 올리면 불안감까지 나타낸다. 이런 아이에겐 절대로 음식을 억지로 먹여선 안 된다. 부모가 먼저 식탁에서 시금치를 집는 등 모범을 보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지나치게 입이 짧거나 편식이 심한 자녀의 식습관을 고치는 방법은.

“자녀가 어디서·언제·무엇을 먹일지는 부모가, 먹을 양은 자녀가 정하게 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식사를 시작하면 장난감을 치우는 등 주위를 산만하게 하지 않도록 한다. 식사 사이 간격은 최소 3~4시간을 유지하며, 목이 말라 하면 주스·우유 대신 물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자녀에게 음식으로 상벌을 내리는 것은 절대 삼간다. 아이의 음식 섭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화난 척하고, 또 과하게 흥분하거나 과장된 반응을 하는 것은 모두 소용이 없다. 식탁에서 식사는 15분 내에 시작하도록 하고 30분 이상 끌어선 안 된다. 아이가 특정 음식을 싫어한다고 해서 너무 일찍 포기하지 말고, 10~15차례 반복적으로 식탁에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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