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풍경] 서울 구기동 '옛날민속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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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리 나라 한약재는 여러모로 쓸 모가 많나봐요. 감초 등 10여 가지 한약재를 넣어 삶은 돼지고지라고 하는데 고기냄새가 전혀 없고 육질도 부드러우면서 오묘한 맛을 내더군요. "

신세계 백화점 건강식품 바이어인 조남용 (40) 과장은 한방제육보쌈에 매료돼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있는 '옛날민속집 (02 - 379 - 7129)' 을 종종 찾는다.

특히 '요즘같이 더운 때 기력을 찾는 데는 한방제육이 최고' 라며 기회만 있으면 떠들고 다녀 직장 동료들이 조과장을 '한방제육의 포로' 라고 놀릴 정도.

건강식품 구매담당자로 8개월의 미천 (?) 한 경력이지만 조과장은 맡고 있는 일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건강식품을 찾아 휴일도 아랑곳 없이 전국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닌다. 식사 때면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든다는 음식점만 골라 장소를 불문하고 진출한다. 백화점에서 택시로 20분 가량 걸리는 이곳을 알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

"전임 선배가 '맛 단련' 중인 것을 어디서 들었는지 하루는 이곳으로 데려 와 한방제육에 들어있는 한약재를 맞춰 보라며 테스트를 하더군요. " 조과장은 10여 가지 약재 중 당시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연한 단맛에서 느껴지는 감초 뿐이었지만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둘러댔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운을 돕는 구기자, 소화력을 높여주는 백출,땀을 흘리는 사람에게 좋은 황기, 피를 맑게 해주는 당귀 등 10여 가지 약재가 입에서 술술 나온다.

옆에서 이를 듣던 주인 서연자 (여.48) 씨는 노하우가 다른 곳에 새나갈 것을 우려해 얼른 말을 막았다.

어른 3~4명이 먹을 만한 대 (大)가 1만8천원. 양이 부족한 듯하면 이곳에서 직접 만든 손두부 (한 모에 2천원) 를 추가하고 7천원짜리 콩비지찌게까지 시키면 푸짐한 상차림이 된다. 북어구이 (6천원) 와 녹두빈대떡 (5천원) 도 있다.

엽차 대신 나오는 숭늉 맛도 구수하다. 방과 홀에 4인 테이블이 34개이고, 30대분의 주차공간을 갖추고 있지만 공휴일에는 북한산 등산객들로 붐빌 걸 각오해야 할 듯.

인원이 많으면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 곳에서 제대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평일은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에 닫지만 휴일은 오전 8시부터 손님을 받는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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