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초점] 약해진 돈줄에 투신권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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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투자신탁회사들이 이틀 연속 대량 순매도를 기록했다. 투신권은 지난 2일 1천6백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판데 이어 3일에도 1천91억원의 '팔자' 를 보여 이틀 동안 무려 2천7백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이같은 '팔자' 수준은 올들어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2, 3일 증시에선 외국인.기관이 모두 대거 '팔자'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만 큰 폭의 '사자' 를 보이면서 주가 하락세를 막아내는 양상이었다.

증권 전문가들은 투신권이 본격적인 매도로 돌아선 것으로 보긴 이르지만 당분간 예전과 같은 큰 폭의 매수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 투신 왜 파나 = 투신권이 그동안 큰 폭의 매수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돈의 힘. 그러나 대우 사태의 여파로 주식형 수익증권의 수탁고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돈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16일까지 주식형 수익증권은 8조3천억원 증가했으나 대우 사태가 일어난 지난달 19일 이후 월말까지는 3조4천억원이 늘어나는데 그쳐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여기다가 올 1월과 2월에 만들어진 주식형 수익증권의 만기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이들 상품은 대부분 만기가 6개월이어서 고객들의 입장에선 돈을 찾아가거나 새로운 상품을 가입하는 둘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 최근 주가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자 돈을 찾아가는 쪽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 증시 영향 = 외국인들이 매도 공세를 늦추고 있지 않는 가운데 투신권 마저 '팔자' 로 돌아서자 증권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가의 큰 폭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투신권이 함께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쌍끌이 장세가 지난 5월에 마감한데 이어 투신권이 홀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외끌이 장세도 마감된 셈" 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투신사들이 많이 사들인 종목은 '팔자'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투신사들은 지난 2일 삼성전자.현대차.기아차.포항제철 등 시가총액이 큰 종목들을 주로 판데 이어 3일에도 한국전력.LG전자.삼성전자.삼성중공업 등을 많이 팔았다.

나인수 (羅仁洙) 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팀장은 "당분간 보수적으로 시장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들을 팔아서 차익을 실현할 것" 이라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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