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기 왕위전] 조훈현-유창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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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강호영웅들이 '이 한수'라 극찬했건만…

제3보 (15~36) =15에 대해 두가지 설이 대립했다. 한쪽에서 '참고도1' 처럼 두는 것이 26, 28 등의 이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유력하다고 주장하자 다른 쪽에선 26, 28 등은 집을 지어주는 이적수인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바둑의 수도 대개는 두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어느쪽이냐 하면 劉9단의 15는 담백하다.

이에 비해 曺9단의 16, 18은 강렬하다. 이 두수와 연이어 등장하는 32의 대담무쌍한 공격은 동료 프로들은 물론 저잣거리의 아마강자들로부터도 무수한 찬사를 받았다.

불안한 진용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공세를 퍼부어 상황을 정리해내는 쾌도난마의 솜씨를 보며 사람들은 "조훈현이란 사람의 바둑은 싱싱하게 살아있다.

환상적이다" 고 찬탄해 마지않았다. 하지만 曺9단은 훗날 16, 18은 심했다며 '참고도2' 처럼 둘 곳이라고 감상을 토로했다.

당시엔 16, 18을 기세라고 봤으나 냉정한 눈으로 보면 뒷감당이 어려운 수였다는 것이다.

"24도 '가' 로 높이 두어야 했다. 32로 공격했으나 33의 급소가 의외로 통렬했다. " (曺9단) 남들이 "화려의 극치다" 며 감탄하고 있을 때 曺9단은 홀로 고심하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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