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4명 60명 구조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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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불침번' 주부 4명이 주민 60여명의 목숨을 구했다.

5백㎜의 폭우가 쏟아진 강원도 철원군 신철원4리에 사는 주부 李분년 (54).지정순 (44).朴옥난 (34).金용숙 (39) 씨 등 4명은 비가 오기 시작한 지난달 31일 잠을 잘 수 없었다.

지난 96년 맨몸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물난리가 악몽처럼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5시부터 마을 옆을 흐르는 용화천 강둑 위에서 불어나는 강물을 지켜보던 이들은 1시간씩 교대로 강물을 감시하기로 했다.

강물이 불어나면 즉각 마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저녁 무렵부터 물이 급작스럽게 불어 네 사람은 교대할 틈도 없었고 오후 9시50분이 되면서 10분만에 강물이 두배 가까이 불어나자 동네를 뛰어다니며 20여가구의 잠든 주민들을 깨웠다.

아이들과 노인들을 먼저 대피시키고 오후 10시30분쯤 마지막으로 어른들이 마을을 빠져나갈 무렵 96년 대홍수 후 새로 쌓은 제방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강물이 마을로 밀어닥쳤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의료보험관리공단 철원지사 사무실로 20분간의 급박한 탈출이 끝난 뒤 온 마을이 황토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朴씨는 "마을에서 1㎞ 정도 떨어진 용화동 저수지 물이 넘치면서 강물이 갑자기 불어난 것 같다" 고 말했다.

주민들은 "아주머니들이 아니었으면 마을 사람 전부가 물귀신이 될뻔했다" 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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