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워싱턴협상 마무리 대가 IMF차관 조기집행 따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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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러시아의 대미 (對美) 외교가 두드러지게 차분해졌다. 세르게이 스테파신 총리는 이번의 미 워싱턴 방문에서 주고받을 것을 냉정하게 마무리지었다.

유고 공습 이후 대서양 위에서 비행기를 돌려 고어와의 회담을 취소해버린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총리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양국간에 껄끄러운 현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의 러시아산 철강에 대한 수입규제 문제, 스파이 인원감축 문제, 러시아에 대한 신규상업차관과 농업지원 문제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양측은 이견을 또 한번 확인하기보다는 대화 복원에 초점을 맞춰 전략무기감축협정 (START) 의 재개 등에 합의했다.

또 ▶러시아는 START2의 조기 비준을 위해 ▶미국은 국제통화기금 (IMF) 의 대러 차관의 조기집행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IMF는 두 사람의 회담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45억달러를 순차적으로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8월 3일부터 시작될 런던클럽 등과의 부채상환 일정 조정문제 등에서도 러시아측의 요구가 상당부분 받아들여질 것이란 낙관론이 일기도 한다.

양국 관계가 외견상 돈독해진 이유 중에는 고어와 스테파신이 모두 클린턴과 보리스 옐친 이후를 노린다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국내정치적 발판의 강화를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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