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에 대드는 김용환…"갈라서기 아니냐"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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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민련이 점입가경이다. 명예총재인 김종필 (金鍾泌.JP) 국무총리와 김용환 (金龍煥) 의원 사이의 '세 대결' 까지 벌어질 판이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에서, 두 사람이 같은날 각각 의원들을 소집했다. 보수적인 자민련 풍토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사건' 이다. 그것도 JP와 그를 '친부모' 처럼 한때 모셨던 金의원 사이의 대결이다.

JP는 다음달 2일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중국식당 백원에서 소속 의원 전원 및 당무위원을 불러 오찬회동을 할 예정이다.

연내개헌 유보결정의 배경과 정계개편 등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겠다는 것. 金의원은 이날 저녁 63빌딩 중국식당 백리향에 대전.충남북 의원 20여명을 초청해 놓았다.

金의원은 "국회의원이 자기 당 의원들과 함께 저녁 좀 먹는 게 뭐가 문제냐" 며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원래 8월 2일 만찬은 金총리의 오찬소집 이전에 잡아놨던 일정" 이라며 '저의 없음' 을 강조했다.

JP의 오찬회동엔 참석할 것이냐는 질문엔 "JP에게 할 말이 없다" 는 대답으로 일축해 버렸다. 그는 "가고 싶은 사람이나 데려가지 왜 당을 송두리째 끌고 가려 하느냐" 며 金총리와 박태준 (朴泰俊) 총재의 신당합류를 기정사실화한 뒤 우회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金총리측은 적잖이 당황하는 표정이다. 김용채 (金鎔采) 비서실장은 "그동안 金수석을 만나기 위해 세 번이나 전화를 했으나, 허탕을 쳤다" 며 "이제 더 이상 전화하지 않겠다" 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JP의 다른 측근은 "金의원이 JP를 떠나 제갈길로 가는 수순을 밟는 것 같다" 고 분석했다. JP주변에선 金의원의 만찬소집에 대해 "정면도전" 이라며 흥분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와중에 충청권 의원들은 "새우등 터진다" 고 하소연이다. 金의원의 노선이 옳다고 믿지만, JP로부터 직접 지역구 (부여) 를 물려 받은 김학원 (金學元) 의원은 "곤혹스럽다" 를 연발하면서 "두 사람이 갈라서선 안된다" 고 안타까워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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