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어음 또 다른 골칫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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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시중은행들이 대우그룹 관련 어음의 할인을 기피함에 따라 협력업체와 거래업체들이 부도위기에 몰리는 등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29일 금융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 계열사들과 거래해온 일부 협력업체들이 물품대금으로 받은 상업어음을 할인해줄 것을 은행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해 1차 부도가 난 사례까지 발생했다.

◇ 협력업체의 자금난 = 대우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인천의 K금속은 물품대금으로 받은 대우 계열사 어음을 은행으로부터 할인받지 못해 지난 24일 1차부도가 났다.

대우자동차는 K금속의 부품이 들어오지 못할 경우 전 자동차 라인이 멈출 수밖에 없어 긴급 현금을 조달, K금속의 자금난을 일부 해소해줬다.

대우자동차 관계자는 "지금 부도 직전까지 몰린 협력업체가 2~3곳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며 "23일 이후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사채시장에서도 대우의 어음이 거절당하고 있어 협력업체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 고 말했다.

◇ 긴급 협조요청 = 사태가 심각해 지자 인천상공회의소는 28일 인천지역 일부 시중은행들이 대우 계열사 어음할인을 기피, 협력업체들이 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면서 대책을 세워줄 것을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한국은행 등에 촉구했다.

산업자원부도 29일 금감위에 공문을 보내 은행들의 어음할인 거부로 발생한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감위는 이에 따라 은행.종합금융 등의 일선 창구지도에 나섰으며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장 회의를 소집, 정부의 의지를 전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 은행의 입장 = 은행으로서는 대우그룹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등이 대우가 내놓은 담보를 근거로 이뤄질 수 있었지만 어음할인에 대해서는 어떤 보장도 없어 쉽게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우의 개별기업 중 한 두곳이라도 잘못될 경우 은행이 갖고 있는 어음은 고스란히 휴지조각으로 변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작용한 것이다.

특히 정부가 은행에 자율적으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하라고 주문하면서 위험성이 있는 어음을 떠안으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지점의 지점장들이 재량으로 판단, 어음을 할인해주기 어렵다고 결정한 사항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힘들다" 며 "정부가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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