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나누는 이웃이 곧 가족입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34호 35면

자라면서 정말 많은 꿈을 꾸었습니다. 꿈 속의 주인공은 언제나 ‘나’였고 나 아닌 누구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나만을 위한 시나리오를 쓰던 시절, 바람처럼 등장했던 사람이 지금의 남편입니다. 그는 따뜻했고 상대방을 안아줄 줄 아는 넉넉한 가슴을 갖고 있었지요. 남편이 인생에 동승하면서 꿈에도 변화가 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생기고 나의 꿈이 되었습니다. 지혜롭고 사랑스러운 아내로, 능력 있고 멋진 엄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20년간 주먹 꼭 쥐고 달려왔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무척 신나는 일이니까요.

On Sunday 기획칼럼 - ‘당신이 행복입니다’

가족에게 ‘올인’하는 저를 보며 주변에서는 ‘자신을 위해 살라’고 충고했습니다. 그 얘기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한때 누구 못지않게 이기적으로 살았던 사람이 이런 소리를 듣다니요. 물론 시간에 쫓기며 아등바등 동당대는 삶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다리가 저리고, 때로는 쥐가 나서 주저앉게 됩니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그때마다 누군가 나타나 지친 제 다리를 어루만져 준다는 것입니다. 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 가던 길을 씩씩하게 내딛습니다. 비록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서지만 날마다 만나는 우리의 이웃들이 저의 또 다른 가족이자 행복입니다. 이들은 풀어진 마음의 옷깃을 여미게 하고, 하찮은 이유로 축 처진 어깨를 일으켜 세웁니다.

생사가 걸린 시위현장에서 투쟁 중인 남편을 응원하며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는 아내. 끼니를 걱정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아내의 편지를 읽다 보면 어느 새 같은 마음이 되어 눈물 짓게 됩니다. 어릴 적 입양된 딸이 불치병에 걸려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사연은 또 어떤지요. 키워주셔서 감사하고 아파서 미안하다면서 이 다음에는 건강한 딸로 태어나 평생 효도하겠노라 고백합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맞벌이를 하는 딸은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고단한 삶을 살아갑니다. 퇴근 후 상처가 난 아이의 손을 발견하고는 그만 친정어머니에게 모진 소리를 해댑니다. 엄마는 마냥 미안해 합니다.

그러면 딸은 곧 자신의 철없음을 느끼고 가슴을 치며 엄마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목이 메도록 슬픈 사연이나 숨이 넘어갈 듯 유쾌한 이야기들의 주인공 모두가 우리와 더불어 사는 이웃이며 또 때로는 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돈이나 명예, 권력 때문에 행복한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가끔은 이들을 동경할 때가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가졌어도 세상 혼자라면 그 행복도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지인(知人), 행복 전도사 최윤희 선생께서 들려 준 ‘행복의 스위치’ 비유를 좋아합니다. 죽어있는 듯 캄캄한 방에 스위치 하나만 찰칵 올리면 금세 환한 빛을 드러냅니다. 우리 마음도 똑같답니다. 살다 보면 찾아오는 무수한 절망들,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 컴컴한 어둠에 빠지려 하는 가슴속 방에도 ‘희망의 스위치’가 필요합니다.

저에게 가족과 사랑하는 이웃들은 ‘희망의 스위치’였습니다. 이제는 저도 누군가에게 ‘희망의 스위치’가 되고 싶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