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요리] 병석 남편 입맛 돋운 감자스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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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방학을 맞아 오랜만에 친구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사는 윤현주 (39) 씨는 우석 (초등6년).창석 (초등2년) 두 아들과 친구들에게 간식으로 '감자스프' 를 내놓곤 한다.

"우리집 감자스프는 묘한 효험을 가지고 있지요. 결혼 6년만에 자리에 누운 남편을 일으켜 세웠고, 아이들 잔병치레도 없애줬어요. " 마치 '할머니의 약손' 같은 마력을 지녔다는 얘기다.

윤씨는 어릴 적부터 유난히 부엌을 자주 들락거렸다. 손에 닿을락말락한 맨 위 찬장에 놓인 군것질 거리가 학교에서 돌아온 어린 윤씨를 부엌으로 유혹하기 충분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요리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게 됐고 결혼 후에는 '사랑' 이 더해지면서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 큰 즐거움으로 자리잡았다.

그런 윤씨에게 주방을 꺼리는 일이 생겼다. 줄곧 80㎏을 유지하며 건강한 체력을 보이던 남편이 돌연 갑상선질환으로 자리에 누운 것.

"식단 관리를 잘못해 남편이 병들었다는 생각에 한동안 음식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어요. " 병원생활 두달 만에 남편의 몸무게가 40㎏대로 떨어지자 그는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주방에 들어섰다.

남편 입맛을 되살리려고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책도 뒤져가면서 몸에 좋다는 음식을 준비했다.

그러나 한번 입맛을 잃은 남편에게는 역부족. 평소 즐기던 인스턴트 식품까지 마련했지만 냄새조차 역겨워했다.

그러던 남편이 입을 대기 시작한 것이 바로 감자스프. "큰 공이나 돈도 들이지 않은 음식인데 우리 땅에서 난 재료라 비위에 맞았나 봐요. 서서히 기력을 되찾아 5개월만에 자리에서 일어났지요. "

두 아들도 물릴 정도로 많이 먹었는데 이상하게도 싫다는 반응이 전혀 없었단다. 오히려 기관지염.천식 등으로 잦던 병원출입이 뚝 끊어졌다고. "우리 몸에는 역시 우리 식품이지요. " '신토불이' 맹신자가 된 윤씨의 말이다.

<만드는 법>

◇재료 = 감자 3개, 양파 1개, 우유 2백㎖, 식용유 조금, 소금.후추 약간

◇만드는 법 = ①감자와 양파는 껍질을 벗겨 깍뚝 썰기를 한다. ②냄비를 불에 달군 다음 식용유를 두르고 감자와 양파를 재빨리 볶는다. ③식용유가 감자에 배어들면 재료가 잠길 만큼 물을 부어 끓인다. ④감자가 익으면 ③을 믹서에 넣어 간 뒤 다시 냄비에 붓고 불을 가한다. ⑤끓기 시작하면 바로 우유를 붓고 주걱으로 저으면서 약한 불에서 살짝 끓인다. ⑥그릇에 담아 소금.후추로 간을 맞춰 먹는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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