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미국을 흔든 3인의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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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주 미국인들 입에 오르내린 인물 세 사람은 케네디 2세.제시 벤추라.아일린 콜린스다.

미국 젊은이들의 우상 (icon) 으로 불리다가 비명에 간 케네디 2세는 미국 사회에 잔잔한 아픔과 미련을 남겼다.

지난해 말 미네소타 주지사에 당선된 프로레슬러 출신 벤추라는 공화.민주 양당체제에 도전장을 던진 미국 정치판의 이단자다.

미국 전역에 이름을 날리며 주목을 받았고 최근 개혁당 전당대회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거명되기도 했다.

콜린스는 미국 우주선의 첫 여성 선장으로 언론을 탔다. 하지만 여성으로서가 아닌 전문인으로서,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키워온 꿈을 부단히 추구했던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미국을 감동시켰다.

케네디 2세는 부친의 명망이 주는 가문 (家門) 의 무게를 이겨내려 애쓰다가 떠났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조용히 하면서 주변의 기대를 추스르려 애쓰며 살다 갔다.

벤추라는 언론이 만든 허황된 명성을 단호히 거부하고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지킬 것을 천명하며 책임있는 정치인으로 갈채를 받았다.

콜린스는 힐러리 여사와 미국 여자축구팀이 우주선 발사현장에 모여들어 여성의 역할을 부각시키려는 분위기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이 세 사람이 주는 공통된 메시지는 도전이다. 그리고 삶을 사는 다양한 방법을 일깨워준다.

평소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며 "케네디가 (家) 사람들은 울지 않는다" 는 의연한 모습을 확인케 해준 케네디 2세의 죽음, 기존체제에 안주하며 안이한 길을 가는 이들에게 제3의 길을 일러준 벤추라의 튀는 행동, "나는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 이란 콜린스의 평범한 말 한마디. '내 방식대로 산다' 는 이들의 메시지가 미국민들 가슴에 파고들었다.

재벌 무너지는 소리가 요란하고, 정치권의 헤쳐모여가 한창이며, 주식시장의 널뛰기 속에 우왕좌왕하는 개미군단의 안쓰러운 모습 가운데 우리를 감동시킬 자는 과연 누구인가.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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