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강우방 예술론…' 신라인의 예술혼 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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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립경주박물관 강우방 (姜友邦.58) 관장이 '강우방 예술론 - 미술과 역사 사이에서' (열화당.1만8천원) 를 펴냈다.

독문학 전공자로서 뒤늦게 고고인류학에 심취, 68년 국립중앙박물관 미술과 임시직원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딘 그는 70년말 어느날 신라의 고도 경주를 향해 길을 떠난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예술적 경주 탐험' 은 82년까지 계속됐고 97년 1월 경주박물관장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그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 관장은 젊은 시절 경주를 사랑하는 열정으로 마구잡이 개발행위에 정면으로 반발했던 '공무원' 으로 유명하다.

땅에 파묻혀 있던 관음보살을 발굴.복원하는 것은 물론 기관지 성격의 월간 '박물관신문' 에 경주 개발의 현황과 문제점을 격한 감정으로 지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훼손되고 있는 문화재 현장을 기자들에게 제보, 문화재 보호를 위한 사회적 여론조성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경주의 산과 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문화재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 자체가 바로 예술론이다.

지금 서라벌에는 신라인들은 다 떠나고 없지만 저자의 애정어린 시선과 유려한 글을 통해 그들은 예술혼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과연 우리가 경주 같은 고도를 가질 자격이 있는지" 를 되묻는 저자의 말에서는 숙연함이 느껴질 정도다. 경주라는 이름의 살아있는 박물관을 위해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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