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체류 이영작씨 인터뷰] '이영우씨가 서행장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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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미문화재단 행사차 미국 네바다주 칼슨시티에 머무르고 있는 이영작 (李英作.57.한양대 석좌교수) 씨와 24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 서이석 (徐利錫) 전 경기은행장을 만난 적이 있나.

"지난해 7월 초 (1~4일 중 하루) 내가 머물던 남산 힐튼호텔 라운지에서 잠시 만났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영우 (李映雨) 씨가 사전 귀띔없이 徐씨를 데려와 인사시켰다. "

- 李씨나 徐전행장이 로비를 부탁했나.

"나는 그러한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럴 능력도 없지만 이권이나 인사청탁엔 절대 간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동화은행 퇴출시 회사를 그만둔 사촌동생조차 도와줄 형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경기은행 퇴출이 한창 논의될 때 나는 서울에 없었다. 4월말과 6월말 두차례 잠시 서울을 방문했고 주로 학회 참석 등을 위해 유럽 등지를 여행해 워싱턴에도 있지 않았다. "

- 李씨는 당시 자신이 徐씨의 자리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李씨는 내게 그런 무리한 부탁을 할 사람이 아니다. 당시 커피숍에는 나를 만나러 온 많은 사람이 있었다. 李씨가 徐씨의 어려운 사정을 얘기했는지 뚜렷한 기억이 없지만 내가 그런 부탁을 들어줄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귀담아 듣지도 않았을 것이다. "

- 이영우씨와는 어떤 관계인가.

"친구인 조태완씨의 친구로서 알게 됐다. 98년 1월 초 당시 인권문제연구소 재무이사로 있던 조씨 소개로 李씨를 워싱턴에서 처음 만났다. 그해 4월 미주 아태재단의 제2기 이사 선임을 위한 워싱턴 회의에 李씨가 참석했다. 재력있고 발이 무척 넓으며 (특히 지난 정권에) 생각이 건전한 괜찮은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 "

- 李씨가 당시 아태재단의 이사로 선임됐나.

"李씨를 제2기 이사로 선임했으나 미국 내 법상 필요한 법적 조치를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현재는 아태재단 미주지부가 폐쇄됐고, 따라서 미주 아태재단 역시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됐다. "

- 그후 李씨를 자주 만났나.

"서울과 미국에서 몇차례 더 만났다. 지난해 6월 초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내외 방미 때 미국 내 아태재단 활동을 후원해준 이들을 모시고 이희호 (李姬鎬) 여사를 뵈러갈 때도 서울에서 온 李씨가 동행했다. "

- 李씨와의 대화 가운데 기억나는 대목은.

"그는 5공의 전두환 (全斗煥) 대통령과 이규광 (李圭光) 씨의 관계를 상세히 알고 있었다. 감옥에 간 이규광씨의 예를 들면서 '결코 대통령에게 언짢은 마음을 먹어선 안된다. 어떤 서운한 일이 있더라도 대통령이 하시는 일에 이견을 달지 말고 항시 충성하라' 고 충고했다. '절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지 말라' 는 얘기도 했다. "

- 이번 방미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다. 공연을 마치고 몇가지 미국일을 정리한 뒤 다음달 20일 귀국할 예정이다. "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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