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양준혁 방망이 '원기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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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양의 침묵' 이 끝났다. '칼춤' 양준혁 (해태) 이 길었던 방망이의 침묵을 끝내고 특유의 요란한 춤사위를 시작했다.

양은 볼을 맞히는 임팩트 순간부터 폴로스루까지의 동작이 마치 망나니 칼춤추는 동작을 연상시킨다고 해 '칼춤' 이란 별명을 얻었다.

22일 광주 롯데전에서 양은 후반기 18타석 무안타의 침묵을 끝내고 연타석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6타점을 올려 슬럼프 종식을 요란하게 알렸다.

양의 칼춤은 올스타전을 고비로 자취를 감췄다. 올스타전에서 김재현 (LG) 과의 트레이드설이 불거져 나왔고 3타수 3안타 3타점을 때리고도 4타수 2안타 3타점의 박정태 (롯데)에게 MVP를 빼앗기며 리듬을 잃었다. 더위 탓에 체력이 약간 떨어졌고 올스타 휴식기가 겹쳐 경기감각마저 흔들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타석에서 자기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주위에서 자신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들도 악재로 작용했다.

홈 (광주)에 돌아와 차분히 자신을 정리했다. 롯데와의 1차전 (21일)에서 4타석 무안타에 그친 뒤였다. 결론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프로선수가 남 탓을 한다는 게 우스웠다.

"나는 내가 만들어간다" 는 말도 머리속에 떠올랐다. 22일. 평소보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타석에 들어섰다. 1회말 무사 1, 2루에서 우전안타로 타점을 올렸다. 타격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살아난 감각은 5, 6회 연타석 홈런으로 이어졌다.

양은 이날 홈런으로 시즌 21호를 기록, 도루 (19개) 한개만 추가하면 이병규 (LG).신동주 (삼성)에 이어 20 - 20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22일 현재 타격 10위 (0.327)에 올라 있는 양은 93년 프로데뷔 때부터 줄곧 3할 이상을 때려낸 '영원한 3할 타자' 다.

온갖 루머 속에 다시 칼춤을 추기 시작한 양의 방망이 끝에 해태의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이 달려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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