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라면 … 연애하고, 많이 읽고, 혼자 떠나봐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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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런 자리에서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20대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것이죠.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코피가 날 정도로 연애하세요. 도서관 책을 열심히 읽으세요. 휴대폰을 끄고 단 하루라도 혼자 여행해보세요.”

29일 전북대에서 열린 ‘책읽는 강의실’에서 소설가 공지영씨 는 “진정한 안정은 지금 당장 무엇을 갖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주=프리랜서 오종찬]

지난달 29일 오후 7시 전주시 덕진동 전북대 합동대강당에서 이렇게 말문을 연 이는 소설가 공지영(46)씨다. 『즐거운 나의 집』『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 이어 또다른 소설『도가니』(창비)로 베스트셀러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딸과 동년배인 20대 학생들에게 연애와 독서와 여행을 조언했다. 본지와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벌이는 연중 독서캠페인 ‘Yes! Book’ 의 ‘제4회 책 읽는 강의실’에서다.

◆사랑하고, 읽고, 혼자가 되어보라=공씨는 “20대는 진지하게 사랑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라며 “같이 있다가 헤어져도 다시 보고 싶어 새벽에 버스타고 달려가다 코피가 흐르는 것을 경험할만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번쯤은 당장의 내일에 대한 고민은 제쳐두고 한 사람을 좋아하는 경험도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 대학 때 도서관에서 실컷 책과 씨름해보지 못한 것이 뼈저린 후회로 남았다”며 “30대부터는 책을 사서 읽어야 하니 지금만큼은 도서관을 맘껏 이용하라”고 덧붙였다.

이야기는 갑자기 ‘내가 보낸 대학시절’로 흘렀다. 의외의 고백도 나왔다. 시위대에 휩쓸려 있다가 붙잡혀가 홀로 구치소에 앉아 있던 때 “죽기 전에 꼭 한 번 해고 싶은 일이 소설을 쓰는 일이란 것을 처음 깨달았다”는 그는 “그때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보지 못하고, 멈추어 나를 들여다보지 못했다면 작가가 되기 위해 더 먼길을 돌아가야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위험을 감수하라=공씨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 10억을 버는 것입니까, 고시패스입니까, 대기업입니까.”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 원하는 일을 찾는 게 진정한 ‘안정’을 얻는 길이 될 수 있다”고 권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르면 (기계의 부품이 되듯) 거대한 힘에 끌려들어간다’는, 작가다운 충고였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600여명 참석자는 대학생 뿐 아니라 30대 직장인, 50대 중학교 교사, 60대 주부도 있어 폭넓은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는 ‘공지영 파워’를 실감케 했다. 전북대 이지혜(문헌정보·3년)양은 “요즘 진로에 대해 한참 고민하는 중인데 작가의 20대 방황기를 들으니 위로도 되고 희망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전주=이은주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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