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의미] 녹지 3분의 1 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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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8년간 국토계획의 골격을 유지해온 그린벨트 제도가 대수술을 받게 됐다.

그린벨트는 그동안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원형으로 보존하는 순 (順) 기능을 담당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해당지역 주민들에게는 건물 신축은 물론 조그마한 증.개축도 금지돼 있어 재산권 행사나 생활에 불편을 주는 등 피해를 줬다는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선거 때마다 대통령 후보들은 물론 국회의원들까지 그린벨트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워낙 민감한 문제였기 때문에 결국은 손대지 못했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해제에서 제외된 지역주민과 환경훼손이 우려된다는 시민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

◇ 해제 의미와 원칙 = 이번 그린벨트 해제의 가장 큰 의미는 30년 가까이 제약 받아온 그린벨트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물꼬를 터줬다는 데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이 14개 도시권에 전국 인구의 1.6%인 74만2천명인데 상당수가 본격적인 토지이용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린벨트가 차지하는 면적은 국토의 5.4%인 5천3백97㎢ (16억평) .하지만 이번 해제조치로 그린벨트는 7개 도시 3천6백50㎢로 줄어들게 돼 국민의 '녹지 향유권' 은 그만큼 줄게 됐다.

이에 대해 건교부 정락형 (鄭樂亨) 주택도시국장은 "해제지역이라도 많은 지역이 보전녹지나 공원 등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대규모 훼손은 막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원칙은 지역 주민의 민원을 해소하되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은 토지이용을 가급적 규제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해제방향도 '선 (先) 환경평가 및 도시계획 - 후 (後) 해제' 라는 대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해제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철저한 도시계획과 환경실태 조사를 거친 뒤 토지를 이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 쟁점 = 지자체 몫으로 넘어가게 될 지역별 해제지역이나 보전녹지 선정 과정이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다.

건교부가 전면 해제도시와 환경평가 기준만 정해주고 구체적인 지역은 지자체가 선정토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자체장들이 민선인 데다 지방의원은 물론 국회의원들까지 표를 의식한 민원이나 압력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 해제지역 선정에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부분해제로 돼 있는 대도시권역의 지자체간 갈등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예컨대 서울과 하남.성남시 등 지자체간 그린벨트로 연결돼 있는 지역은 광역도시계획이라는 협의 절차를 거치도록 했는데, 서로 자기 지역을 해제해달라고 우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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