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미사일 기술 준 중국…美엔 '뜨거운 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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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미사일 개발에 쓰일 기술품목을 도입했다는 정보가 미 워싱턴 타임스의 보도로 일반에 공개됨으로써 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추가발사 움직임과 관련, 미국은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한편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은근히 기대해왔다.

최근 주룽지 (朱鎔基) 총리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우려섞인 관심을 표명한 데 대해 미국이 무게를 싣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억지할 마땅한 수단이나 명분이 결여된 마당에 중국의 입김행사에 기대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중국의 미사일개발 지원 정보는 미 정부의 이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말았다.

미사일 기술부품을 지원하는 상대에게 시험발사 중단을 종용해주길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량 살상무기 비확산에 역점을 두고 있는 미 정부의 대외정책에서 파키스탄.북한 등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핵 및 미사일 기술 이전은 중대한 도전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중국의 대북 미사일 개발 지원문제는 사실 마땅한 대처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특히 고민거리다.

대안이 있다 하더라도 현재 악화될 대로 악화돼 있는 대중관계를 고려할 때 어느 정도로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은 현재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사건과 세계무역기구 (WTO)가입문제.양안문제 등으로 미국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중국을 달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지난 18일 빌 클린턴 대통령은 장쩌민 (江澤民)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미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국무부의 스탠리 로스 동아태 차관보와 백악관의 케네스 리버솔 아시아담당 비서관이 이미 베이징 (北京) 을 방문 중이고,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아세안 포럼에 참석하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역시 중국 외교부장을 별도 면담할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터져나온 중국의 대북 미사일 개발 지원문제는 미 정부로선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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