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해되는 조총련] 日 불황…조총련 경제기반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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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총련의 가장 큰 버팀목은 그들의 경제력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장기불황과 북한의 경제난이 그들의 경제기반을 흔들어 놓았다. 조총련 산하 사업단체의 수익이 떨어진 데다 조총련계 금융기관인 33개 신용조합도 경영이 크게 악화됐다.

조총련의 자산규모가 얼마인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93년 일본 공안당국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5천억엔 정도. 여기엔 지요다무역.조선특산물 등 20여개 산하 사업단체의 부동산.현금수입 및 1백39개 조선학교의 부동산도 포함돼 있다.최근 이들 사업단체 중엔 북한으로부터 수출대금을 제대로 결제받지 못해 경영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이들의 소유 부동산 상당수가 금융기관의 담보로 잡히게 됐다.

지난달 말 76억엔의 빚을 지고 사실상 도산한 조총련계의 간판급 무역업체 동해상사가 전형적인 사례. 지난 61년 설립돼 한때 매출액이 3백억엔을 넘기도 했으나 최근 북한으로부터 수출대금조로 받기로 돼 있던 송이버섯을 인도받지 못하는 등 결제대금이 모자라 결국 쓰러졌다.

게다가 주거래은행 격인 조총련계 신용조합들도 사정이 어려워 자금지원이 막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쓰러지자 이들에게 자금지원을 해줬던 조총련계 금융기관도 부실화되고 있다. 일본의 부동산 담보가치가 떨어져 가만 있어도 부실이 쌓이는 판에 주거래기업들의 경영악화가 겹쳐 이중 부담을 받고 있다. 전국의 33개 신용조합 중 이미 13곳은 사실상 경영파탄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긴키 (近畿) 지방의 6개 신용조합이 하나로 통합하면서 일본정부로부터 3천1백59억엔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았다. 조총련은 이를 선례로 연내에 나머지 32개 신용조합을 지역별로 5개로 통폐합키로 했다.

이 작업이 성공하려면 약 1조엔의 공적 자금이 필요한데 일본정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조총련계 기업.금융기관들이 북한에 정기적으로 송금하고 있다는 소문은 간간이 나돌았으나 아직까지 물증이 드러난 적은 없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북한으로의 송금은 지난 96년 한해 28억6천만엔으로 추정됐다. 북한으로의 수출은 98년 2백27억8천만엔.

도쿄 = 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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