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당론, 한바탕의 笑劇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여권수뇌부 3인이 내각제개헌.공동여당통합론 등 민감하고 핵심적인 정치현안을 놓고 더 큰 분란과 의혹의 말썽이 불거지기 전에 일단 정리의 가닥을 잡은 것은 바람직하다.

DJT 3인회동과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의 기자회견으로 두 여당의 통합 및 신당 창당은 일단 없던 일로 봉합된 데다 내각제 연내 개헌유보가 공식 확인됐다.

이로써 공동여당내 혼선이 정리되고 공조가 강화되기를 바라지만 우리가 보기에 말썽과 분란의 씨앗이 여전히 잠복하고 있어 걱정인 것도 사실이다. 내각제와 합당문제 등을 둘러싼 공동정권내 분란과 혼선은 국민을 헷갈리게 하고, 그로 인한 정국혼란의 부작용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국민생활과 상관없는 자기들끼리의 권력게임으로 소란과 혼선을 빚는 데 대해 여권수뇌부는 반성해야 하며 3인합의와 관련해 여전히 남은 의문점에 대한 명쾌한 입장정리가 더 필요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DJT 3인은 국민회의.자민련 합당불가에는 합의했으나 이른바 2여+α라는 신당창당론에 대해선 명시하지 않았다. 金총리도 기자회견에서 이 쟁점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피력해 궁금증만 더 낳게 했다.

그는 양당8인위에서 합당을 결정한다면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에 "정치발전을 위한 양당간의 합의가 도출되면 이에 따르겠지만 합당이라는 것은 얘기가 되지 않고 구체적으로 얘기한 일이 없다" 고 말했다.

합당문제가 과거의 시점에서 자세하게 거론된 바 없음을 강조했지만 앞으로 양당간에 합의되면 수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제까지만 해도 합당 추진을 기정사실로 공언하는 여권 인사들이 많았고, DJT 3인회동 이후에도 신당가능성을 말하는 사람도 많다. 여권수뇌부는 앞으로 또 말을 뒤집는 일이 없도록 이 문제를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

다음으로 총선 이후의 내각제추진과 관련한 양당간 논의가 양측간 권력분점의 협상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또 집권 후반기의 개헌추진이 공동정권의 장기집권 기도를 위한 담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개헌유보 합의의 결과 金대통령 집권기간엔 사실상 개헌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시각이 많은데 굳이 또다른 개헌추진 협상을 한다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

최근 공동정권내 분란은 자기네끼리의 권력게임으로 국민을 구경꾼으로 전락시킨다는 비판과 함께 저러다가 국정은 언제 돌보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각종 의혹사건의 규명과 해결, 산적한 민생현안의 처리가 시급한 터에 여권수뇌부는 더 이상 국민을 불안하고 어리둥절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여권수뇌부가 중요 정치현안에 대해 매듭을 보다 분명히 하고, 하루 빨리 의혹사건의 규명 및 민생현안 해결 등 정상정치로 돌아와야 함을 강조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