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훈풍 기대감에 목표 주가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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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28일 보고서를 내고 현대자동차의 목표 주가를 13만5000원에서 14만7000원으로 올렸다.

이 보고서는 “현대차 노사관계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년 가까이 노사갈등 때문에 주가에까지 손해를 봐온 현대차로서는 오랜만에 맛보는 ‘노조 프리미엄’인 셈이다. 같은 날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은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정치파업 등으로 1년 내내 무분별한 파업을 계속한다면 조합원 중 누가 동의하겠느냐”며 민주노총·금속노조가 주도하는 정치투쟁과는 거리를 두고 조합원의 실익을 챙기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현대차 노사관계가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거의 매년 파업을 거르지 않을 만큼 심했던 노사갈등이 줄어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노사관계 부드러워지나=이 위원장의 입장을 볼 때 현대차 노조는 당분간 투쟁 일변도의 민주노총·금속노조의 노선과 선 긋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올가을로 예정됐던 현대차 노조 등 대기업 노조의 금속노조 지역지부 전환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지역지부 전환을 통해 상급단체로서 위상을 높이려던 금속노조 지도부의 계획은 변경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으로 현대차 노조의 노선 변화가 조합원의 실익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기아차 노조 등 자동차 관련 노사관계 전반에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새 지도부 등장으로 현대차 노사관계에 무조건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관계자는 “새 집행부가 내세우는 것은 ‘정치적’ 중도일 뿐, 이것이 온건 또는 무파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노조가 실리를 내세우는 만큼 회사로서는 임금 및 단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단국대 김태기(경제학) 교수도 “노조 강경파로부터 어용이라는 등의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조합원 이익을 위해서는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때 자동차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정부의 노후차 세금감면 등 각종 지원과 원화가치 약세 등에 힘입어 최근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호전됐다.

더구나 연말이 되면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임자 임금 문제는 노동계의 반대가 심하다. 현대차 노조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더드 지켜야”=현대차가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동차공학회장인 한양대의 선우명호(기계공학) 교수는 “현대차가 글로벌 톱4를 노리고 있는데 이는 디자인·기술·마케팅은 물론 노사관계도 합당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달성할 때 가능할 것”이라며 “이제는 노조도 경쟁상대는 국내업체가 아니라 해외업체라는 생각을 할 때”라고 말했다.

가톨릭대 김기찬(경영학) 교수는 “글로벌 자동차산업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며 “현대차 노사도 이런 사실을 직시하고 5년, 10년 후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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