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지옥의 종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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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결승> ○·이원영(아마) ●·한웅규 초단

제12보(151~166)=마지막 노림이자 승부수가 실패로 돌아갔다. 한웅규 초단은 패배를 직감한 듯 안색이 창백해졌다. 한 가닥 기대했던 ‘참고도 1’ 흑1의 절단수도 아슬아슬하게 안 된다.

하지만 한웅규는 혼신의 힘을 다해 153으로 파고든다. 무서운 집중력이다. 154엔 155. 여기서 백이 ‘참고도 2’처럼 욕심을 부리면 이제야말로 흑2의 절단이 통한다. 결국 백은 156으로 연결했고 흑은 157로 돌파했다. 계가는 어찌 되었을까. 160까지 선수로 상당한 전과를 거두었는데 혹 역전은 아닐까.

한웅규는 부지런히 집을 세어 보다가 다시금 깊은 실망감에 빠져든다. 아슬아슬하지만 지는 것 같다. 반집인지 한 집 반인지 모르겠지만 이기는 건 없다. 가슴이 미어진다. 세계무대 본선에 나가는 건 모든 젊은 프로의 꿈이다. 한데 예선 결승의 턱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아마추어에게 지는 게 부끄러운 건 아니다. 이원영은 연구생 1위이고 이미 프로 입단이 확정된 상태. 하지만 이 판은 진하게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내 바둑을 두지 못하고 끌려다녔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초읽기에 쫓기며 한웅규는 다시금 끝내기를 해 나간다. 계가를 하고 또 해 봐도 한두 집의 차이는 그대로다. 아무리 용을 써도 영영 좁혀지지 않는 지옥의 거리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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