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 삼성차 채권이자 대지급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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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법원이 삼성자동차에 대해 재산보전처분 결정을 내림에 따라 당장 대지급에 나서야 하는 서울보증보험의 문제가 채권단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보증은 그동안 법원결정이 없으니 삼성자동차 회사채의 이자를 삼성자동차가 갚아야 한다며 대지급을 거절했다. 반면 삼성자동차는 법정관리 신청을 한 만큼 곧 결정이 나올테니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법원 결정이 내려져 삼성자동차는 한푼의 돈도 회사밖으로 내보낼 수 없게 됐고 서울보증은 회사채 지급보증분에 대해 무조건 대신 지급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 서울보증 박해춘 (朴海春) 사장은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에 대한 채권단의 처리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지급을 하지 않을 것" 이라며 "첫 원금이 돌아오는 다음달 2일 전까지 삼성이나 다른 채권기관과 논의, 합의를 이끌어낼 계획" 이라고 밝혔다.

반면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은 주식배분에서 서울보증만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없으며 운영위원회를 통해 무담보채권자와 담보채권자간의 합리적 배분방식을 논의해 나가자는 느긋한 태도다.

삼성 역시 채권은행들이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모든 손실보전을 떠안는 것에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보증은 이달에 이자분 1백56억원을 대지급 해야 하며 ^8월 6백44억원 (원금 5백억원) ^9월 1천2백26억원 (원금 1천억원) 등 올해 갚아야 할 원리금이 3천4백억원에 달한다.

朴사장은 "채권을 갖고 있는 기관과 개인에게 보험자의 책임을 다해야 하겠지만 정부가 서울보증을 살리기 위해 투자한 공적자금을 한 재벌회사의 채무변제에 마구 쓸 수는 없는 노릇" 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차 회사채는 투자신탁회사 등 금융기관이 자산운용에 포함시켜 갖고 있다. 법적으로는 고객들이 환매를 요구하면 금융기관은 돈을 돌려주고 곧바로 서울보증에 대지급을 요청하게 된다.

서울보증은 일단 이들 금융기관에 협조 공문을 보내 삼성생명 주식 처리방안이 확정되기 전까지 대지급 신청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선배분 후정산' 방식으로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를 미리 배분받아 삼성 계열사에 되팔든가 아니면 이 주식을 담보로 자산담보부채권 (ABS) 을 발행해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채권단회의에서 내비쳤다.

그러나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담보가 있는 채권기관들도 현재 이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담보가치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서울보증만 편의를 봐줄 수 없다" 며 "서울보증보험은 우선 보증기관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면서 채권단회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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