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일제의 군속으로 끌려가 부상한 뒤 장애연금 지급 소송을 냈다가 숨진 재일동포 정상근 (鄭商根) 씨가 남긴 말이다.
국적이 한국이라는 이유로 일본 동료들이 탔던 장애연금을 받지 못한 분노의 표시였다.
95년 오사카 (大阪) 지법은 이 소송을 기각했다.
연금 수혜자를 일본인으로 묶은 원호법의 국적.호적 조항은 헌법 제14조 (법 아래의 평등)에 위배될 소지가 있지만 현행 법으론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鄭씨의 법정투쟁은 가족들이 이어받아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옛 일본군 군인.군속, 군 위안부 출신 한국인이 일본을 상대로 낸 전후 보상 청구소송은 20여건. 지난해 군 위안부 3명이 부분 승소하고, 강제 징용자가 기업 2곳과 화해한 것을 빼고는 모두 패소했다.
시효 (時效) 와 국적조항,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보상종료가 그 이유였다.
대부분의 재판부는 대신 일본국회에 보상 입법을 촉구했다.
구제조치를 마련하라는 권고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국회는 꿈쩍 않고 있다.
노나카 히로무 (野中廣務) 관방장관이 올초 군속 출신 한국인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도 결국은 빈 말임이 드러났다.
후생성은 지난달 군속출신의 강부중 (姜富中.80) 씨가 낸 장애연금 지급소송에 대해 오사카지법이 화해를 권고했는데도 거부한 것이다.
전후보상은 고령의 피해자들이 살아있을 때 풀어야 한다.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사가 매듭됐다고 해서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일본의 법적.도의적 책임마저 소멸된 것은 아니다.
과거청산은 과거 버리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