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제주군 구좌읍 동.서 김녕리 90년만에 통합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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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제 다시 6백여년을 함께 살았던 한 식구로 - ' . 90년 가까이 등을 돌리고 다른 마을로 지냈던 제주도 내 두 마을이 주민들의 희망에 따라 한 마을로 뭉쳤다.

제주도 북제주군 구좌읍 동.서김녕리 주민들은 11일 하룻동안 주민투표를 실시, 투표권자 2천1백10명 중 1천5백25명이 투표에 참가해 90.2%의 찬성으로 동.서김녕리 통합을 결정했다.

세계 최장 용암동굴인 '만장굴' 의 소재지로도 유명한 김녕마을이 탄생한 것은 고려 충렬왕 때인 13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시 동쪽 24㎞ 지점에 위치한 이 마을이 두 마을로 분리된 것은 1910년 한.일합병 직후. 어촌인 이 마을은 일제의 행정편의주의에 의해 일방적으로 마을 안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분리됐다.

이후로 일제는 '지역성이 다르다' 며 수시로 갈등.반목을 조장, 주민들은 본의 아닌 대결의식을 갖고 청년회.어촌계 등을 따로 하며 지금껏 살아왔다.

유치원 유치 등을 놓고 다투기도 했다.

통합의 발판은 지난해 12월 마을 경계선에 두 마을이 함께 사용하게 될 복지회관 공사가 착공되면서부터 마련됐다.

'주민화합을 이끌어내자' 는 의견이 싹트기 시작했다.

4, 5월에는 통합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경로잔치.체육대회 등도 열었다.

서울.부산, 일본 등지의 출향 인사들도 복지회관 건립기금으로 1억5천만원을 보내오는 등 마을 통합에 적극적 의견을 보내왔다.

주민들은 이른 시일 안에 새로운 마을 향약을 제정하고 이장도 새로 뽑는다.

북제주군은 올해 중 이 지역에 새로운 지번을 부여해 토지대장.주민등록부와 호적부 등 58종의 각종 공부를 정리, 내년 1월부터 명실상부한 '통합 김녕리' 로 만든다.

한대용 (韓大鏞.57) 연합개발위원장은 "통합으로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은 지역발전도 꾀할 수 있게 됐다" 고 말했다.

제주 =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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