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방상씨 (方相氏) 탈이 4백여년 만에 재현됐다.
전북 임실군 운암면 운암리 민속조형연구소 유제인 (柳濟仁.45) 소장은 4년에 걸친 집념의 연구 끝에 복원해 낸 방상씨탈을 최근 공개했다.
방상씨는 중국 주 (周) 나라 때부터 나오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관련자료가 거의 없어 이를 복원하는 것이 그동안 탈 전문가들 사이의 과제로 남아있었다.
柳씨가 만든 방상씨는 고서 '상례비요 (喪禮比要)' 에 나오는 1600년대의 그림을 토대로 원형에 가깝게 재현해 낸 것.
책 속의 탈을 쓴 형상을 조선 중기의 평균신장 (1m80㎝)에 그대로 대입시켜 얼굴의 크기를 길이 47㎝, 너비 38.5㎝로 유추하고 청동빛깔의 채색을 한 뒤 좌우에 2개씩 모두 4개의 금빛 눈을 달았다.
방상씨는 궁중에서 연말에 잡귀를 쫓아내는 의식이나 장례식 등에 사용되던 것으로 현재 국내에는 창덕궁에 소장돼 있는 구한말의 방상씨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 방상씨는 수레에 싣고 가는 용도로 이용됐다.
따라서 얼굴에 쓰는 목가면용으로는 柳씨가 재현해 낸 방상씨가 처음이다.
전북대 김익두 (金益斗.국문과) 교수는 "조선 중기의 방상씨를 거의 원형 그대로 재현해 낸 것은 우리나라 탈 연구는 물론 전통계승 차원에서도 의의가 크다" 고 말했다.
柳씨는 방상씨를 복원하기 위해 수차례 중국을 드나들며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재료로 쓸 오동나무를 3년 동안 건조시키는 등 심혈을 기울여왔다.
柳씨는 "방상씨의 복원으로 우리 탈의 기원을 찾는데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며 "앞으로 원시미술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일에 노력하겠다" 고 밝혔다.
임실 = 장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