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수출 9위 원동력은 시장·상품 다변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한국이 올 상반기 수출 9위에 오른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향상, 지역과 상품이 다변화된 수출 산업 구조, 경쟁국들의 부진이다.

우선 한국은 수출 지역이 중국·미국·유럽연합(EU)·일본·중동·신흥시장으로 다변화돼 있다. 품목도 선박·무선통신기기·자동차·기계·석유화학·반도체·철강·액정디바이스 등을 골고루 수출한다. 금융위기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신흥시장과도 거래를 많이 하고, 철강처럼 각국의 경기부양책 덕을 본 제품도 많이 내다 팔아 수출에 타격이 덜했다.

반면 원유와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와 캐나다는 올 들어 국제유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수출이 급감했다. 러시아는 상반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났다. 영국은 수출이 기계류 위주였던 게 문제였던 것으로 지식경제부는 분석했다. 불황으로 설비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기계류 수출이 막혀 한국에 추월당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영국 등과 격차를 조금씩 더 벌리고 있다. 상반기 수출은 영국보다 2억 달러 많았으나 1~7월 실적은 8억 달러 앞섰다. 8위인 벨기에와의 차이는 상반기 70억 달러에서 7월 말까지는 57억 달러로 줄었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이 늘면서 세계 9위에 오른 게 아니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기로 인해 대다수 국가의 수출이 줄어드는 ‘축소형’ 교역의 와중에 우리 수출이 상대적으로 덜 감소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10위권 유지”=원화가치와 유가가 상반기에 비해 많이 오른 것이 변수다. 하지만 수출은 아직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모습이다.

지경부에 따르면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가량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또 러시아 등이 한국을 다시 추월하려면 현재 배럴당 65~70달러인 국제유가가 적어도 80달러를 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내년에는 경기 회복 흐름을 타고 유가가 많이 오르면서 러시아·캐나다가 다시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강명수 수출입과장은 “한국산 자동차·LCD 등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내년 이후에도 10위권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분기 수출 증가할 듯=지경부는 28일 “올 1~9월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가량 줄어들 것이나 10~12월(4분기)에는 5.6% 증가로 돌아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업종별 단체들에 예상치를 조사해 더한 수치다. 전 분기보다는 수출이 8.3%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4분기 LCD 패널 같은 액정디바이스(전년 동기 대비 79.8% 증가), 반도체(48.8%), 무선통신기기(22.5%) 등의 수출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자동차는 25.6%, 선박류는 0.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