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관계장관회의 논의] '우왕좌왕땐 제2 기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난항을 거듭해 온 삼성차 처리가 '경제논리에 따른 해결' 로 큰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제2의 기아차 사태' 를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더 이상 정치논리가 끼어들 틈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제가 표면화하면서 밀실 (密室) 논의가 불가능해지자 정부 - 삼성그룹 - 채권단 등 이해 당사자들은 속속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물론 현재도 입장 차이가 상당하지만 일단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의외로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 정부, 경제논리 우선으로 입장 선회 = 부산공장 가동을 놓고 지난주초까지 '반드시 정상가동' 을 주장했던 정부 입장이 대통령 귀국후 '정상가동 희망' 으로 바뀌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지난 7일 귀국 기자회견중 부산공장 가동에 대해 분명한 언급을 삼갔다.

대신 "부산시민에게 피해가 없도록 충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는 말과 함께 삼성의 책임문제를 전례없이 강한 톤으로 강조했다.

더불어 채권 금융기관들도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제3자 매각을 추진해 가능한 조속히 부산공장을 가동하고 채권단이 삼성과의 협상에 적극 나서라는 의미" 로 대통령의 메시지를 풀이했다.

8일 소집된 긴급 관계장관회의는 대통령의 교통정리에 따라 삼성차 해법의 큰 가닥을 정하고 관련 정부부처간 입장조율이 집중 논의됐다.

정부는 우선 모든 문제를 이해 당사자인 삼성과 채권단이 알아서 책임지도록 할 방침이다.

정치논리 개입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한 걸음 발을 빼겠다는 뜻이다.

부산공장 가동과 삼성차 부채문제를 분리해 처리하되 채권단이 주도해 삼성과 협상하라는 게 정부의 주문이다.

채권처리 문제에 있어서는 삼성이 일단 2조8천억원을 책임지되 삼성생명 상장문제는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상장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삼성이 그동안 "이건희 회장이 출연키로 한 것은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 이지 '2조8천억원' 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던 방침을 바꿔 "어떻게든 2조8천억원은 책임지겠다" 고 나선 배경도 삼성생명 상장허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문제는 특혜시비와 함께 계약자와의 이익배분 문제 등 해결할 부분이 많지만 일단 삼성차 해결을 위해서는 상장 허용보다 더 나은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정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