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고교생 자체제작 종군위안부 다큐비디오 보내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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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전쟁 중 일본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한국 등 다른 나라 여성들을 성적 도구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고 일본인으로서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마쓰다)

"우리가 지금 배우고 있는 역사교과서에는 이 중대한 문제를 단 두 줄로만 설명하고 있어요. " (가타야마) "일본 정부는 종군위안부 희생자들에 대해 돈만 줬지 정식으로 사죄하지는 않고 있어요. 우리가 봐도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하세가와)

일본의 역사교육은 올바른가. 이 물음에 대해 일본 홋카이도 (北海道) 아사히카와 (旭川) 공고 학생들이 "그렇지 않다" 며 자체 제작한 '잊을 수 없다 - 어느 종군위안부의 증언' 이란 다큐멘터리 비디오 한 편과 솔직한 마음을 담은 수십 통의 편지를 최근 본사에 보내왔다.

이 학교 방송반 학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잊을 수 없다…' 는 13분짜리 짧은 작품이지만 떳떳지 못한 과거사를 숨기려는 일본의 잘못된 역사교육 실태를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한국과 필리핀 등의 종군위안부 희생자들을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 그들의 눈물겨운 사연을 화면에 담았으며, 거리에서 청소년들을 인터뷰해 종군위안부에 대한 인식도를 취재했다.

그 결과 '종군위안부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70%가 '모른다' 고 대답한 데 반해 '알고있다' 는 불과 20%, 나머지는 '무응답' 이었다.

비디오 제작을 지휘한 방송국장 무라가타 (村形) 군은 "앞으로 새로운 일한관계를 만들어갈 우리 고등학생들이 과거의 비참한 사실을 몰라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이 비디오를 만들었다" 고 말한다.

이 학교 학생들이 비디오와 함께 보내온 편지에는 그들이 종군위안부의 존재를 알게됐을 때 받았던 충격과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역사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 기술 (記述) 을 삭제하라' 고 주장하는 후지오카 (藤岡) 도쿄대 교수 등 일본의 우익지식인들의 양심은 순수하고 솔직한 청소년들 앞에서 어떤 말을 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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