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떠도는 '레닌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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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모스크바=김석환 특파원]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미라 상태로 안치된 레닌 묘의 이장을 둘러싸고 러시아 정계가 흉흉하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정치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레닌의 시신을 한밤중에 빼내 매장한 뒤 의회 다수파인 공산당을 불법화시킬 것이란 관측이다.

국가두마 (하원) 안보위원장인 공산당 소속 빅토르 일류힌은 "공산당 불법화를 위한 법안이 이미 마련됐다는 것은 전혀 비밀도 아니다" 며 " '시신' 이란 암호명에 따라 레닌 시신이 곧 이송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크렘린측은 이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소문" 이라고 부인했으나 쉽게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다.

국가두마의 공산당 의원들은 의회가 휴회임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무실을 지키고 있고, 일부는 체포 가능성을 피해 지방으로 몸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볼셰비키 혁명을 일으킨 레닌은 지난 24년 잇따른 뇌졸중 증세를 보이다 53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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