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처우개선책 공직사회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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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28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과장급 이상 중견 공무원과의 대화 과정에서 나온 공무원 처우개선 방안이 공직사회에 또한번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공개적으로 한 약속마저 불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에 대한 공직자들의 불신이 이미 정도를 넘은 것 같다" 며 이대로 가다간 공직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金대통령은 2천여명의 중견공무원 앞에서 "공무원 보수를 5년 이내에 중견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 고 공언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처우개선책이 보도된 그 다음날부터 이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비난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정부의 공식 홈페이지. 특히 공무원 10대 준수사항을 발표한 행정자치부의 홈페이지에는 처우개선에 대한 '회의' 가 봇물 터진 듯 올랐다.

한 건이 오를 때마다 조회건수도 하루평균 2천여차례나 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통 건당 수십~수백건에 불과한 홈페이지 게시판의 조회건수에 비하면 가위 폭발적이다.

張모씨는 행자부 홈페이지에 "역대 정권들도 (공무원 보수와 관련) 5개년계획을 수립해 공사의 90%수준으로 현실화하겠다고 했지만 실천은 없었다" 며 "정말로 공직자가 원하는 것은 여론무마용이 아니다.

신뢰가 안간다" 고 성토했다.

또 尹모씨는 "왜 다음 정권연도를 들먹이는가. 속는 것도 한 두번이지, 선거만 다가오면 사탕발림했다가 지나면 언제…" 라며 "봉급 인상해주지 않아도 좋으니 잘라 먹은 체력단련비나 돌리도" 라고 통박했다.

심지어 金모씨는 "20년 전도 그랬고, 10년 전도 그랬고, 아버지세대 공무원도 그러했고, 지금도 공무원처우 중견기업 수준으로 한다고 한다" 고 지적한 뒤 "아무도 믿는 공무원은 없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김기식 (金起式) 정책실장은 "공무원 봉급의 현실화는 분명 필요하지만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 며 "정치권 변화 없이 무조건 하위공직자에게 책임을 떠넘겨 공직사회의 기를 꺾는 일도 있어서는 안된다" 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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