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차 처리와 이회장의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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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삼성자동차가 오너인 이건희 (李健熙) 삼성 회장의 대규모 사재 (私財) 출연과 법정관리 신청으로 마침내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삼성차는 따라서 앞으로 법원의 법정관리 수용 여부에 따라 재생과 청산의 갈림길이 판단나며 이로써 반도체빅딜 성사에 이어 재벌빅딜 최대과제의 하나가 정리되는 셈이다.

삼성차의 처리는 그러나 향후 경제정책과 기업경영패턴 등에 숙고해야 할 많은 과제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기업구조조정의 새로운 사례를 만든 일도 그렇지만 재벌개혁을 포함한 경제운용과 기업경영방식에도 어려운 물음들을 던지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재벌총수나 대주주가 기업경영에서 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며 정부가 이를 강요할 수 있는가, 또 은행 등 채권단은 과연 책임이 없는가 하는 점도 잇따라 제기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무엇이 국민경제에 최선인가' 를 놓고 모두가 진지하게 해답을 모색해가야 할 것으로 믿는다.

또 한가지 이번 결과를 놓고 여전히 고개를 드는 것은 '왜 누구를 위한 빅딜이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재론할 필요 없이 빅딜의 목적은 구조조정을 촉진해 과당경쟁을 해소하고 핵심역량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차 빅딜이 처음 거론된 뒤 6개월간에 나타난 현실은 거듭되는 생산중단 등 소모전뿐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삼성 자체에 처리를 맡겨두지 왜 정부개입의 무리수를 두었는가 하는 의문이 나오는 것이다.

그것은 정부가 주요산업의 세계시장동향 등 면밀한 경제성 검토 없이 통합원칙부터 세운 후 협상을 종용하며 가시적 성과를 재촉해 온 탓이다.

이번 삼성차 처리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일은 해결의 열쇠를 제공한 李회장의 대규모 사재출연이 아닐 수 없다.

철저한 유한책임 원칙아래 운영되는 주식회사에선 주주는 회사가 망하더라도 대주주건 소주주건 자기 소유주식 범위내에서 책임을 지는 법이다.

李회장의 결정은 이런 면에서 다른 처리의 대안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소승적 이해를 뛰어넘은 결자해지 (結者解之) 의 용단으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더구나 李회장이 출연한 삼성생명 지분 21.4%는 이것이 처분될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도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란 점에서 '깨끗하고 투명한' 해결을 선택한 李회장의 큰 용단이 아닐 수 없다.

삼성차가 법정관리로 방향을 잡았어도 결코 간단치 않은 사전.사후 처리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계열 부품회사들의 투자.운영손실의 보상문제와 종업원들의 고용유지 등에도 후유증 없는 깨끗한 정리가 요구되며 그 책임은 빅딜을 시작한 정부의 몫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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