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특검제 단독처리땐 장외투쟁도 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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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특검제 문제에 대한 입장은 단호하다.

그는 30일 여야 대치국면의 해법을 묻는 기자 질문에 "전혀 변한 게 없다" 고 했다.

옷 사건과 파업 유도 의혹 사건 등 정치권을 뒤흔든 사건들의 해법을 특검제로 압축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이 국민 비판을 받은 이같은 사안들을 단독 처리하겠다는데 李총재는 몹시 격분했다.

李총재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한때 마음이 흔들렸었다.

자민련 강창희 (姜昌熙) 총무의 '1년 한시 특검제' 타협안도 李총재를 유혹했다.

그가 '3년 한시 특검제' 를 내놓은 것도 시한 정도만 협상하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의 소산이다.

그러나 30일 자민련마저 국민회의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강경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李총재는 미리 배포한 1일의 국회 대표연설에서 "金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으로 머지않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 이라고 비난했다.

李총재는 金대통령이 미국과 캐나다 방문길에 나서는 2일까지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해놓은 상태다.

만약 그때까지도 지금처럼 특검제를 파업 유도 의혹에 국한한다면 장외로 뛰쳐나갈 각오까지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두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 여론을 신경쓰고 있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부산과 대구를 갔더니 현 정권에 대해 험악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었다" 고 전했다.

이런 여론을 등질 경우 야당마저 같은 무리로 매도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한가지는 2여 내부 갈등이다.

姜총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정길 (金正吉)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金대통령의 뜻을 전달받은 자민련 박태준 (朴泰俊) 총재는 국민회의안을 받아들여 버렸다.

姜총무는 "그래도 단독처리만은 협조할 수 없다" 고 끝내 버티고 있다.

장외로 나가 투쟁하는 것이 2여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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