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DJ에 '경조사비' 직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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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균환 (鄭均桓) 국민회의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주례보고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과장급 이상 공직자의 경조사비 받기 금지조항 문제점을 강도높게 보고했다.

하루 전 金대통령이 과장급 공무원 2천4백명과의 대화에서 "다른 형태로 보완은 가능하지만 한번 결심한 이상 그대로 시행할 수밖에 없다" 고 못박았던 내용을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다.

鄭총장은 중하위 공직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공직자 10대 준수사항' 이 당정협의 없이 발표됐고, 사후에야 당에 보고된 것까지 문제삼았다.

다른 참석자들은 "鄭총장이 단단히 작심한 것 같았다" 고 분위기를 전했다.

金대통령은 "민의의 체감집단인 당이 국정의 모든 문제를 주도하라" 는 지시와 함께 문제조항을 1급 이상 고위직에만 적용하자는 국민회의 안을 사실상 승인했다.

성난 공무원 사회를 달래려는 국민회의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적극적으로 변했다.

최근 국민회의의 갖가지 채널에 접수된 중하위직 공무원들의 불만은 위험수준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영일 (李榮一) 대변인은 "지역구를 돌고 온 의원들이 하나같이 10대 준수사항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며 "가뜩이나 체력단련비 등 각종 수당 삭감으로 사기가 뚝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경조사비까지 금지한 것은 공무원의 개혁 감내 능력을 넘어서는 것으로 당은 인식했다" 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특히 생계에 지장을 받고 있는 중하위직 지원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중하위직이 등을 돌릴 경우 정부의 개혁작업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국민회의는 특히 "월 급여가 1백만원에도 못미치고, 심지어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보다 보수가 적은 상황에서 어떻게 공무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겠느냐" 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해듣고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는 올해 삭감된 체력단련비의 부활을 정부쪽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상당한 약속을 받아낸 상태다.

이와 함께 민간기업보다 처지는 복지후생분야를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사기진작책 마련도 정부쪽에 주문하고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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