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미국 내 알카에다 테러 시도 첫 적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 이민자가 뉴욕에서 대규모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24일(현지시간) 기소됐다. 나지불라 자지(24)란 이 남자는 알카에다로부터 교육받은 뒤 폭발물 제조에 쓰이는 화학물질을 대량 구매했던 것으로 알려져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기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내에서 처음 적발된 알카에다 조직의 테러 미수 사건이 된다. 로이터 통신은 미 사법 당국을 인용해 “9·11 테러 이래 미국 땅에 대한 가장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자지는 파키스탄을 거쳐 99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영주권자 신분으로 콜로라도주 덴버의 공항 셔틀버스 운전사로 일했다. 그는 연방수사국(FBI)의 신문 과정에서 “지난해 파키스탄을 방문해 알카에다로부터 무기·폭발물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올해 초 미국으로 돌아온 뒤 덴버에 정착한 자지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동료와 함께 폭발물 원료를 사들였다. 여러 곳의 화장품점에서 과산화수소와 아세톤을 대량 구매했다. 이것들은 보통 매니큐어 제거제 등으로 쓰이지만 다른 화학물질과 섞으면 트리아세톤 트리페록사이드(TATP)를 만들 수 있다. TATP는 2005년 7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런던 지하철 테러 사건 때 쓰였다.

자지는 이달 6일 주방이 딸린 호텔 방에서 구입한 화합물 혼합 실험을 했다. 이어 렌터카를 몰아 10일 뉴욕에 도착했다. 그의 수상쩍은 행동을 주시하고 있던 미 정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그를 체포하기엔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다.

실마리는 다음날 자지가 렌트한 차가 주차 위반으로 견인되면서 풀렸다. 수사관들은 차 안에 있던 그의 노트북 컴퓨터에서 폭발물과 기폭장치 등의 제조법 메모를 찾아냈다. 자지는 19일 체포됐고 24일 테러 모의 혐의로 기소됐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24일 “이 사건 관련자들을 광범위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한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