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고압선 피해 소송 줄잇는다…한전이 모두 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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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백전백패의 소송에 한전이 심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지법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부터 부쩍 늘어난 송전선로 아래 부지에 대한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제기된 소송 수가 1백건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서도 이미 25건이 서울지법에 접수된 상태다.

토지 소유주들이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은 관련 법규상 고압선로가 건축물과 일정거리를 유지하도록 돼 있어 토지사용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 최근 한전을 상대로 승소한 金모씨의 경우 건축물과 최소 4.78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15만4천V의 고압선이 자신의 땅 22m 위를 지나가 17m 이상의 건축물이 들어설 수 없게 된 부분에 대해 보상을 받았다.

이런 소송이 최근 들어 늘어나는 것은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송전선로 건설 당시 대부분 임야나 농지였던 선로 밑 부지가 도시화의 진척으로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보상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전측은 소송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기를 바랄 뿐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아 보상금과 별도로 감정료 등 엄청난 법정비용을 고스란히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송전선 관련 소송을 맡고 있는 한 재판부 관계자는 "현재 계류 중인 사건 중 감정 금액만 5천만원이 넘은 경우도 있었다" 며 "한전이 패소할 경우 이 비용 모두를 지불해야 하는데 나중에는 국민 부담이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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