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남미 경제통합] EU, 美에 뉴그라운드 '압박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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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럽연합 (EU) -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 자유무역지대의 등장은 세계 경제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규모도 규모지만 11월로 예정된 뉴라운드 협상을 앞두고 합의됐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세계 무역 주도권의 향방도 관심거리다.

◇ 합의 배경 = 이번 합의는 유로화 출범으로 기대됐던 경기부양 효과를 올리지 못한 EU와 금융위기의 여파를 빨리 털어내려는 중남미의 장기적인 경제적 돌파구로 해석된다.

'미국에 대한 견제' 라는 이해도 맞아 떨어졌다.

사실 EU는 그동안 꾸준히 중남미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97년 대 (對) 중남미 지원금의 55%를 내놓았고 직접투자도 90년 이후 10배 이상 증가했다.

EU는 평균 12.5%에 달하는 메르코수르의 관세가 철폐되면 미국 상품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코수르 회원국들도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EU에 대한 무역 적자를 시정할 기회를 얻게 됐다.

특히 EU는 뉴라운드 협상에서 미국에 대응할 카드로 중남미를 활용할 수 있게 됐고, 메르코수르는 북미와 남미를 합치려는 미주자유무역지대 (FTAA) 협상에서 EU와의 협상 내용을 앞세워 미국을 압박할 수 있게 됐다.

메르코수르 회원국은 브라질.우루과이.아르헨티나.파라과이 등 4개국이며 칠레는 준회원국이다.

◇ 향후 과제 = 원칙에는 합의가 됐으나 추후 협상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최대 관건은 농산물이다.

유럽 각국은 중남미의 저렴한 농산물이 대거 유입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 농업국인 프랑스 등이 이번 회담에서 끝까지 자유무역지대 합의 시기를 늦추려 했던 것이나, 향후 교섭 일정과 방법 등을 정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EU회원국들은 현재 자국의 농업보호를 위해 농민들에게 보조금까지 지급하고 수입량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메르코수르측은 "한번 개방하면 완벽하게 개방해야 한다" (카르도수 브라질 대통령) 는 입장이다.

또 하나의 관건은 내년 1월부터 3년간 발효되는 세계무역기구 (WTO) 의 '뉴라운드' .전세계적인 무역질서를 규정하는 이 협상의 내용에 따라 두 대륙간의 자유무역교섭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 세계 경제 영향 =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 자유무역지대 등 세계 경제의 블록화 논의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EU는 아프리카.카리브.태평양 그룹 (ACP) 과의 통합도 추진하고 있어 신흥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기.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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