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민씨 왜 풀어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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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영미씨가 억류 6일만에 석방된 것은 민간인 억류 사례 중에서는 기록이다.

'씁쓸한 기록' 이지만 최단 시일에 풀려났다.

95년 8월 쌀 수송을 위해 청진에 갔다가 붙들렸던 이양천 (삼선비너스호 항해사.10일 억류) 씨보다 더 빨리 돌아왔다.

북한이 빨리 閔씨를 풀어준데는 나름의 '노련한' 남북 계산법이 작용한 듯하다.

일단 당초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데다 오래 붙들어놔 봐야 득 (得) 보다 실 (失) 이 크다고 판단한 듯하다.

閔씨 사건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측의 금강산관광이 전면 중단돼 북한은 월 8백만달러 (약 92억원) 씩의 현금을 놓치게 된다.

게다가 한국내 여론이 대북 강경론으로 기울면서 비료지원과 각종 경협 프로젝트마저 중단될 위험이 있었다.

우리 정부는 남북 차관급회담이 성과를 거두면 t당 33만원인 비료를 10만t 추가 지원할 방침이었으나 閔씨 사건 뒤 이산가족문제를 연계시켜 지원중단 의사를 밝혔다.

3백30억원 어치의 비료가 날아갈 판이었다.

게다가 현대그룹이 추진했던 2조원 규모의 금강산 종합개발사업과 서해안공단 건설까지 무산되면 북측의 경제적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그러나 더 큰 손실은 북한을 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이 싸늘해졌다는 점이다.

이 바람에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간 8만6천여명이 다녀왔던 금강산관광객 숫자는 적지않게 감소할 전망이다.

또 억류사태가 길어지면 국제사회의 여론도 악화될 우려가 있었다.

이런 이해득실 계산 외에도 북한으로서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의지를 실험해 봤고,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 기조를 상당부분 흐트러놓겠다는 당초의 목적을 일정부분 달성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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