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에 금창리 조사결과 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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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베이징 북.미회담에서 찰스 카트먼 미측 대표는 지난 5월 20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를 북측에 설명했다.

제임스 루빈 미 국무부 대변인이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의혹은 남아있지만 94년 북.미 기본합의 위반이라 판단할 확증은 없다는 것이 미측 결론이다.

미 조사단은 금창리 지하시설 방문조사 결과 무엇을 확인했는가.

그리고 왜 의혹이 남아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창리 지하시설이 핵시설로 사용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다.

미측 조사단은 금창리 시설이 거대한 규모의 빈 터널 (extensive, empty tunnel complex) 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인근지역 두개의 댐 역시 핵시설에 필요한 용수를 공급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며, 지하시설로 진입하는 교량 또한 목재로 돼 있어 중장비 운송을 견뎌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지하시설 내부의 시료 채취, 대기 (大氣) 방사능 검사, 표본 추출 작업에서도 핵관련 시설이란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 정부의 고위인사는 현장방문 이전에 위성사진을 통해 금창리 지하시설로 핵개발 장비가 들어간 흔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렇지만 루빈 대변인은 '의혹이 완전 해소되진 않았다' 고 여운을 남겼다.

아울러 한번의 조사방문으로 의혹이 완전 해소됐다고 결론내릴 경우 내년 5월로 예정된 2차 조사방문의 근거를 미국 스스로 없애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미 정부가 직접적인 연계를 인정하진 않지만 금창리 방문조사를 위해 60만t의 식량지원을 약속했듯이 미국은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억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따라서 여전히 불투명한 북측 의도를 감안, 면죄부를 부여하지 않고 추후 현장방문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술적 판단도 이번 조사결과에 여운을 남긴 이유로 보인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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