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이회창 총재 갈라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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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金泳三.YS)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23일 저녁 YS가 한나라당을 '여당 2중대' 라고 비난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李총재는 그동안 상도동 주변에서 이런 저런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정면대응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YS의 발언은 '사실상의 선전포고' 로 간주됐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장문의 논평을 내 "DJ 비자금 수사를 중단시키고 혼미한 사건들을 만들어 DJ가 승리하도록 한 일등공신이 YS 아니냐" 면서 "한나라당이 아직도 '나라망친 당' 이란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사람이 무슨 할말이 있느냐" 고 쏘아붙였다.

李총재도 " (후보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YS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이제 와서 이럴 수 있느냐" 며 격노했다고 한다.

YS도 즉각 응사에 나섰다.

오전 박종웅 (朴鍾雄) 의원과 만난 그는 "야당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니 내가 나서는 것 아니냐. 목숨 걸고 투쟁한다고 해놓고 용두사미로 흐지부지된 게 한두번이냐" 고 선명성을 문제삼았다.

이와 함께 " (내가) 당이 공중분해될 상황에서 (의원들의) 탈당을 말리고 현 정권의 실정을 지적, 얼마나 야당을 도와줬나" 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테러사건이 나도 문제삼지 않고 조사할 생각도 않고 있다" 고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朴의원은 한술 더 떴다.

그는 " (대통령이) 안됐으면 스스로 반성해야지 왜 YS를 욕하나. 대선 때 YS 욕만 하지 않았어도 당선은 문제없었다" 고 李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李총재의 면담 제의조차 뿌리쳤다.

면담거절은 상도동측과 조율을 거친 뒤 내린 결정. 사실상 결별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YS가 '2중대' '민한당꼴' 운운한 자체가 신당 창당의 수순밟기란 관측도 있다.

85년 12대 총선 당시 민한당의 선명성을 문제삼은 YS와 DJ의 협공으로 신민당 돌풍을 일으킨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李총재가 강력히 대응한 것도 '민정당 2중대' 란 정치공세 뒤 민한당의 공중분해→신민당 창당으로 이어졌던 과거사를 의식한 행보라는 얘기다.

총선을 불과 10개월 앞둔 시점이어서 야당내 PK (부산.경남) 민주계 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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