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장관 경우와 공직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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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장관급 고위인사 및 그 가족들의 여러 가지 의혹설로 지난 1개월여 세상이 들끓자 정부는 급기야 '공직자 10대 준수사항' 을 만들어 기관별로 결의대회까지 하고 있다.

이 마당에 또 손숙 (孫淑) 환경부장관이 2만달러를 받은 일과 김광식 (金光植) 경찰청장 동생의 청탁의혹이 발생해 고위공직자들의 처신과 도덕성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연극배우 출신의 孫장관은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당시 모스크바에서 연극 '어머니' 의 첫 공연을 끝낸 무대에서 대통령수행 기업인들로부터 2만달러의 격려금을 공개적으로 받았으나 "연극배우 자격으로 받았으며 한푼도 사용 (私用) 으로 쓰지 않았다" 고 한다.

또 이튿날 대통령에게도 그 사실을 보고했다고 한다.

金청장의 경우 동생이 청소용역업체 사장과 함께 서울 시내 경찰서를 찾아다니며 경찰서 청소용역을 맡겨달라고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먼저 孫장관의 경우 아무리 자신이 연극배우라고 하더라도 엄연히 현직장관이면서 기업인의 돈을 받은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본다.

물론 우리도 이것이 몸에 밴 오랜 연극계 관행에 따른 일시적 방심의 탓이라고 이해는 한다.

그러나 그 돈이 격려금 치고는 이례적인 거액이고, 자기가 장관이 아니었던들 그런 거액을 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생각했다면 孫장관의 처신에는 사려깊지 못한 점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극배우인 孫 '장관' 이 그 돈을 받은 감사한 마음으로 돈을 준 기업인에 대해 정책을 편다면 혹시라도 그 '감사한 마음' 이 끼어들지나 않을까 국민으로서는 염려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孫장관은 좀 더 공인 (公人) 의식을 가다듬어야 한다.

취임전 약속이행을 이유로 업무파악도 미루고 공연에 나선 것이나 , 이번 일에서 보면 공사 (公私) 를 분별못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10여만 경찰을 지휘하는 金청장의 경우 동생이 호가호위 (狐假虎威)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동생의 일로 휘하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데 신뢰가 떨어지고 영 (令) 이 잘 안통하게 됐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金청장이 고위공직자로서 가족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孫장관과 金청장의 경우에서 보듯 고위공직자들은 스스로의 처신과 주변관리에 엄격한 규율을 지키고 공직윤리 실천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공직자 준수사항을 이행하라고 하위직 공직자들에게 당부할 명분이 서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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