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의 만남' 미국도 고민…23일 북경서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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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3일 열리는 베이징 북.미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고민이 많다.

특히 22일 열린 남북 차관급회담이 겉돌고 있어 그에 따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가장 큰 고민은 한.미 양국과 동시에 회담을 진행하는 북한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점. 북한은 최근 금창리 핵사찰에 응했으며 페리 대북정책조정관 방북 때도 군 고위 인사들이 폭넓게 만나 실질 대화를 나누는 등 비교적 미측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미국이 입수한 정보엔 북한이 또다른 미사일 발사를 추진 중이며, 서해에서 무력도발을 감행하는 등 호전성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으로선 무엇이 북한의 진짜 모습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미측은 북한이 한.미 양쪽에 강온전략을 나눠 행사하는 양다리 작전으로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측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준비 등 북한 내부의 강경 분위기로 볼 때 이같은 미국의 메시지가 실효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미국은 대 (對) 북한 강경책을 원하는 의회를 설득해야 할 고민에 빠진다.

자칫 페리 조정관 방북으로 골격을 잡아가는 포괄적 대북정책이 미국 내 보수세력의 반발로 무산될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대목이다.

북한이 미국의 메시지를 받아들여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고 화해무드가 조성된다 해도 고민은 있다.

한국을 제치고 북한과 직접 협상하는 데서 오는 한국측 소외감을 어떻게 설득하고 추스르냐는 문제가 남는다.

북한에 한국과 미국을 이간하려는 농간을 부릴 기회를 제공할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은 페리 조정관의 포괄적 대북정책 범위 내에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되 협상 이후 예견되는 한.미관계 악화를 최소화하는 양동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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