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로비 의혹'에 與 곤혹, 野 기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최순영 (崔淳永) 신동아 회장의 60억원 '그림 로비 의혹' 으로 정치권이 다시 들끓고 있다.

여당의 '제한적 특검제' 수용으로 사그라드는가 싶던 옷 로비 의혹이 그림 로비 의혹으로 번지면서 여야 공방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뜻밖의 호재' 를 만난 한나라당은 즉각 "호화의상은 깃털에 불과하고 몸통은 고가의 고서화였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安澤秀대변인) 며 특검제와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다시 강조했다.

여권은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국민회의는 崔회장 부부의 재산도피 수단으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면돌파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여권 = 여권은 이 사건이 그림 로비 의혹으로 확산되는 것을 적극 경계했다.

진정 기미를 보이던 옷 사건에 다시 기름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그래서 여권의 대응도 신속했다.

모른 체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은 듯하다.

국민회의는 김영배 (金令培) 총재권한대행 주재의 확대간부회의에서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고가의 그림을 무더기로 구입한 崔회장 부부의 재산은닉.탈세혐의 등을 수사해야 한다" 고 입장을 정리했다.

대신 "이들 그림이 누구에게 전달됐다는 식의 로비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 라며 야당의 자제를 요구했다.

청와대 박주선 (朴柱宣) 법무비서관도 "사직동팀 내사 결과 崔씨 부인 이형자씨가 그림을 산 것이 확인됐으나, 신동아그룹 관계자에게 확인해 보니 李씨가 개인 갤러리를 만들기 위해 샀으며 소장하고 있다고 하더라" 고 말했다.

◇ 한나라당 = 옷 사건을 청문회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야당에 이번 의혹은 '가뭄에 단비' 였다.

여세를 몰아 국정조사와 특검제를 관철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래서 대여 공세는 어느 때보다 숨가쁘고 거칠었다.

安대변인은 " '의란 (衣亂)' 의 실체 뒤에 숨은 '화란 (畵亂)' 의 진상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고 여권을 압박했고, 신경식 (辛卿植) 총장은 "또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 빨리 국정조사 하자는 것" 이라고 재촉했다.

국회에서 이 문제를 최초 언급한 이신범 (李信範)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었다.

장광근 (張光根) 부대변인은 "국정조사 대상에서 옷 사건이 제외될 수 없는 명백한 이유가 새로 발생했다" 며 "정작 역사의 법정에 서야 할 대상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세력들" 이라고 몰아쳤다.

또 "청와대라고 해서 의혹에서 자유로운 성역이 될 수 없다" 며 여권의 심장부를 겨냥했다.

전영기.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