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는 수입다변화] 한국시장 공략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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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도쿄 = 남윤호 특파원]빗장 풀리는 한국시장을 어떻게 공략할까. 다음달 1일부터 수입제한이 풀리는 제품의 메이커들은 나름대로 궁리가 한창이다.

'한국시장은 매력적' 이란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진출 시기와 전략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전기밥솥.휴대폰 등은 본격 진출을 계획하는 반면 이외 대부분은 일단 두고보자는 입장이다. 일단 처음부터 너무 공격적인 마케팅은 자제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

한 관계자는 "아직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데다 처음부터 너무 저돌적으로 나가면 반일 (反日) 감정을 자극, 좋은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고 전했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고 한국 소비자들이 일제에 입맛이 들 2~3년 후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닛세이 (日生) 기초연구소의 가토 마슈 (加藤摩周) 연구원은 "일본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대형차가 한국서 인기를 누리는 예가 종종 있다" 면서 "한국 소비자들이 국제수준의 일본 차를 본격적으로 경험해 보면 구매욕을 느낄 것" 이라고 말했다.

일본 업체들의 계획은 무엇이며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까. 일본 전역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무역관과 일본흥업은행 등 금융기관의 협조를 얻어 업종.업체별 움직임과 전략을 집중 점검해 봤다.

◇ 적극적으로 나서자 = 전기밥솥 업체들은 때를 만났다. 한국과 일본의 밥 짓는 방법이나 입맛이 비슷하므로 시장 공략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업체와 제휴해 이미 '코끼리' 브랜드로 한국 시장점유율 수위를 달리고 있는 조지루시 (象印) 마호빙은 직판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전기밥솥 하면 '코끼리' 를 연상시킬 정도라 새삼 광고를 할 필요도 없다고 자신만만 하다.

조지루시 마호빙 국제본부 한국담당 오구라 히데오씨는 "한국을 중요한 수출시장으로 보며 진출준비를 잘 갖춰 나설 계획" 이라면서 "그러나 너무 표시나게 하지는 않고 싶다" 고 말했다.

타이가 마호빙은 판매망이 완전히 갖춰질 때까지 연간 수천대 정도 수출할 계획이지만 '3년내 수만대까지 높일 수 있을 것' 으로 보고 있다. 제품규격 취득은 이미 한국측 대리점에 맡겨놓은 상태. 가전업체들은 와이드TV (25인치 이상).디지틀방송용TV.벽걸이용TV 등 '자신 있는'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휴대폰 업체들의 움직임도 만만찮다. 교세라는 한국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전략이고 마쓰시타는 동남아 공장에서 한국수출용 제품을 별도 생산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 좀 더 두고보자 = 도요타.혼다 등 자동차업체들은 '일단 지켜보자' 는 입장이다. 한국 내수시장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데다 한국인들의 '심리적 거부감' 도 부담이 된다는 것.

지난 97년 미국에서 생산된 일본차의 한국내 판매량은 2백30대. "이 정도론 채산이 맞지 않는다" 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가전업체들도 일반 TV나 VCR.냉장고.세탁기 등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생활문화의 차이 때문에 시장 개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니콘.캐논 등 카메라 메이커도 "일반 카메라보다는 최근 새로 개발된 2백만 화소 (畵素) 급의 고급 디지털카메라를 시험 수출해 보겠다" 는 수준. 자동차부품.공작기계.타이어 등도 아직 본격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타이어는 한국제품의 경쟁력이 워낙 강한 편이고 공작기계도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 반면 건설중장비의 경우 시장성을 시험해 보는 수준에서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고베 (神戶) 제강소는 현대중공업과 함께 굴삭기 등을 판매키로 합의했으며 일본의 최대 건설기계업체인 고마츠 (小松) 도 한국에 대리점을 새로 개설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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