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南따로 美따로 협상테이블 만든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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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해 교전사태를 야기한 북한이 대화 쪽으로 발을 옮기고 있다.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북한은 서해 사태로 고조된 긴장을 지렛대로 삼아 한.미를 상대로 정치.경제적 이득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 말했다.

군사적 강경 대치 대신 협상 테이블에서 실리를 챙기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 (北京)에서 21일 열리는 남북 차관급회담과 북.미 고위급회담 (23일) 이 북한의 이런 태도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북한은 남북회담을 통해 서해 사태와 북방한계선 (NLL)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해 교전사태의 책임을 우리측에 떠넘기는 등 정치적 선전무대로 이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이미 20만t의 비료지원을 확보해 놓은 느긋한 입장이다.

남북회담과 비슷한 시기에 베이징이라는 장소를 선택해 북.미 고위급회담을 여는 것도 고도의 노림수가 숨어 있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관측한다.

미측에서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특사, 북측에서 김계관 (金桂寬) 외무성 부상이 대표로 참석할 이 회담은 북측 요구 때문에 장소를 베이징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를 통해 대화의 핵심 파트너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임을 과시하는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북한은 미측이 핵의혹 해소를 전제로 약속했던 식량지원 (60만t) 과 중유.경수로 공급의 차질없는 이행을 촉구할 것이 확실하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회담의 주요 의제는 미측의 금창리 조사결과 통보와 대북 중유.경수로 공급, 4자회담 제6차 본회담 개최 문제 등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회담에서 카트먼 특사는 '금창리 지하시설이 텅빈 터널' 로 확인됐음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큰 관심은 북.미회담에서 ▶서해 교전사태와 NLL 문제 ▶장거리 미사일 재발사 움직임이 논의될지 여부다.

그렇지만 카트먼 특사의 직책상 이런 문제를 본격 거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일이 최대 현안으로 꼽고 있는 북한 미사일 문제를 논의하려면 별도의 북.미회담이 가동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당국자는 "북한은 서해 교전사태를 꺼내 회담장 분위기를 긴박하게 몰아간 뒤 비료.식량.중유.경수로 등 각종 경제지원 문제를 확실하게 챙길 것" 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북측이 미사일 추가발사 준비와 서해 교전사태를 연결지을 가능성에 외교소식통들은 주목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북 포괄접근 구상에 대해 북한은 핵.미사일.남북대화 등을 하나씩 쪼개 별도로 논의하자는 대응전략을 드러내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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