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언론기능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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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가정보원이 천용택 (千容宅) 원장 취임 이후 전반적 기능조정의 일환으로 대공정책실 산하에 언론관련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

야당은 즉각 이런 움직임을 정권의 언론사찰 강화 의도라고 비판하며 이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등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千원장은 국회정보위에서 취임후 기구조정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면서 "과거와 같은 언론감시나 탄압의도는 전혀 없다" 고 밝혔다.

국정원측은 또 "대공정책실 산하에 원래 언론정보 수집과 분석기능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었던 만큼 단순한 기능조정에 불과하며 언론사찰과는 전혀 무관하다" 고 강조했다.

千원장의 말을 액면대로 받아들인다면 '언론장악 기도 음모' 라는 야당의 비판이 성급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때로는 공작적으로, 때로는 음성적으로 언론에 대한 감시와 사찰 및 탄압을 교묘하게 했던 과거 정보부.안기부의 행태를 기억하는 우리로선 대공정책실 산하에 언론기능을 강화하는 새 기구를 만든다는 데 걱정과 불안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정부가 집권 후 언론에 대한 통제 및 사찰의 기능을 없애겠다면서 공보처도 없애고, 국정원의 언론관련부서도 대폭 축소.조정했다가 1년 남짓해 원상회복시키는 까닭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언론계와 시민단체가 언론통제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정홍보의 효율화를 이유로 국정홍보처를 신설해 놓고, 다시 국정원이 언론기능의 강화도 추진한다니 여기에 어떤 의도가 없을 것이냐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이런 기능 개편을 '언론정보 수집기능의 강화 필요성 때문' 이라고 말해 이것이 어떤 형태로든 언론간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되는 것이다.

안그래도 최근 정부는 홍보미흡으로 국정 업적이 제대로 평가를 못받는다는 시각 (視角) 을 보여왔고 홍보 강화를 적극화하려는 인상을 주어 왔다.

특히 최근 각종 의혹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내에서는 홍보 필요성이 부쩍 더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올바른 홍보는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하고, 그런 홍보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만의 하나라도 과거처럼 언론에 대한 간섭과 감시를 통해 홍보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면 그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로서는 과거 겪었던 많은 경험 때문에 국정원의 언론기능 강화라는 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고 아무쪼록 이런 우리의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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