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진출 후 첫 공격 포인트 … 볼턴의 맥슨 감독 극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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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세 번째 골을 어시스트한 이청용(오른쪽)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볼턴 AP=연합뉴스]

“공이 향하는 곳에는 항상 이청용이 있었다. 그는 측면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앞으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볼턴 원더러스 게리 맥슨 감독)

경기 후 감독이 선수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이청용(21·볼턴)이 받았다. ‘블루 드래건’이 마침내 축구 종가에서 힘차게 비상했다. 이청용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볼턴 리복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칼링컵 3라운드에서 연장 후반 14분 요한 엘만더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3-1 역전승을 도왔다. 잉글랜드 진출 후 첫 공격 포인트다. 0-1로 뒤지던 후반 24분 가드너와 교체 투입된 이청용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연장 전반 6분에는 날카로운 크로스로 게리 케이힐의 역전골에 시발점 역할을 했다. 이청용의 크로스가 팀 동료 파트리그 무암바의 머리를 맞고 흐르자 케이힐이 페널티 아크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자신감을 얻은 이청용은 경기 종료 직전 미드필드에서 넘어온 공을 받아 상대 진영 오른쪽을 돌파한 뒤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리며 완벽한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엘만더가 달려들어 텅 빈 골문에 가볍게 공을 밀어넣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청용의 집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 깜깜한 밤이었지만 그는 볼턴의 단복인 감색 양복에 푸른색 와이셔츠, 검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귀가했다. 약 50분 동안 사력을 다해 뛰었지만 그의 얼굴엔 생기가 가득했다. 이제 막 첫 번째 고비를 넘어선 청년은 “홈에서 거둔 첫 승이 기분 좋다. 내겐 아주 뜻 깊은 경기였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K-리그에서 뛸 때와 뭐가 다르냐고 묻자 그는 “훈련 시간이 짧다”고 했다. “그런데 훈련을 시작하면 방금 전까지 장난치고 놀던 선수들의 눈빛이 싹 달라진다. 한마디로 열정에 가득 차 있다. 그들을 보면 내가 서울에 있을 때도 이렇게 했던가라고 되돌아보게 된다.”

그는 가장 어려운 점으로 체력을 꼽았다. 영국행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체력이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다. “잔디에 적응이 안 됐을 때는 45분 뛰기도 힘들었다. 시차고 뭐고 다 핑계다.” 이청용은 스스로 피지컬 트레이너를 찾아갔다. 요즘엔 일주일에 세 번씩 피지컬 트레이너와 따로 훈련한다.

웨스트햄전이 열린 날 이청용은 쉴 틈이 없었다. 오전 9시에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서둘러 영어 숙제를 한 뒤 구단이 소개해준 랭귀지 스쿨에서 1시부터 3시30분까지 수업을 들었다. 초급반이다. 이청용은 “손짓 발짓 해가며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한다”며 “아직은 부족하지만 감독이 말하는 축구 전술은 알아듣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수업을 마친 후 30분 남짓 낮잠을 자고 6시30분 집합시간보다 20분 먼저 홈구장에 도착해 경기에 임했다.

그는 “TV로 볼 때는 프리미어리그가 굉장히 빨라 보이지만 실제로 뛰어보니 적응할 만하다”고 자신했다.

볼턴=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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