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사 현안, 글로벌 스탠더드와 실용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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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의 노동부 장관 취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노사 현안이 산적한 시기에 노동정책의 수장이 된 그의 책임은 크고도 무겁다. 당장 하반기 이후 최대의 노사문제로 떠오른 복수노조 허용과 유급 노조전임제 폐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전히 공전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물론 민노총에 합류한 공무원노조도 골칫거리다.

노동계와 재계에서는 아직 그에게 거는 기대보다 우려가 많은 편이다. 과거 정권에서 상당수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인기에 영합해 노사문제를 개악시킨 예들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그 때문에 신임 장관이 산적한 노사문제를 무리 없이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대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원칙 중 하나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복수노조 허용문제 등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지만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보다 앞서 같은 문제를 경험한 선진국들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복수노조를 허용치 않는 국가는 우리뿐이며, 유급 전임제는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고질적인 노사관행이다. 신임 장관도 엊그제 “내년부터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유급 전임제를 폐지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다만 복수노조 허용 문제는 협상 창구의 다기화로 또 다른 차원의 노사갈등이 우려되는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기준이 없는 우리만의 문제는 실용성에 초점을 두고 풀어나가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고용시장의 경직성에서 비롯된 한국적 노사문제다. 한정된 파이를 놓고 서로가 공생하려면 누군가는 자신의 몫을 줄여야 하는 게 상식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대적으로 기득권이 많은 정규직의 양보와 노동시장 유연화에서 실마리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글로벌 기준과 실용성 추구에는 반드시 ‘법과 원칙의 준수’라는 기본 전제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노사 모두에게 정책의 형평성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노동계의 불법 행위는 물론이고 경영계의 부당 노동행위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로 대응해야만 한다.